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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 이청준선생님
작성자김종석 작성일2008/08/03 09:26 조회수: 1,633

선생님
아, 이청준선생님



선생님,


문인들의 어른이신들


지성인의 표상이신들


저는 감히 알 길이 없습니다


한 가락 한 물떼


인연을 같이 한 선배이신들


그것 또한 알 바가 아닙니다




다만, 그 겨울날요


그 젊은 날요


막막하고 아득하던


나의 인생길


나의 구만리같던 길을


나서던 그 날에요


그 때


선생님이 서있던


그 자리


그 예언


그 위안이자 짐이 된


말씀 마디마디


제게 안겨버린


무심하게 낡아가는 저 책 한 권들




그저 막막하고 외로울 때


아니면 힘겨워 허덕일 때


선생님의 단정한 글 한 줄


단편 하나, 장편 한 대목


받치고 당겨 일어서게 해주시더니




어느 날 갑자기


고약한 손님이 찾아왔다며


오늘도 일용할 시간을 주시어


감사하다고 하시더니


그리고나서 쓰신 글에는


미안하고 부끄럽단 말


유난히 되뇌이시더니


마음 약해진 선생님 마음


애써 잊으려고 했더니




오늘 아침도 눈뜨자


일용할 시간 얻으셨겠거니 했더니


더 이상은 거절치 못하시겠더이까


인생사 세상사 다 우러나와


더는 하실 말씀이 없으시겠더이까


그냥 글 안쓰시고


지금껏 썼던 글


여쭐 수 있게 누워만 계셔도


허황한 이 세상


부질 없는 인간사


툭툭 털고 다시 서게 해주시련만


당신이 몸소 우리를 털고


가실 연유가 무엇이더이까




하늘 말고 땅 말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무너진 듯


다시 어디서


정교하게 짜인 위안의 둥지를 찾아


지친 기력 회복할 수 있으리까




남기신 글만이


흩어진 책들만이


선생님과 부빌 수 있을 터


안경테 하나


납작모자 하나처럼


부디 손때라도 남겨두소서


미치게 외로울 때


부여잡고 울 수 있게


통곡이라도 하게 하소서




아직도 막막한 이 세상


미움에서 용서할 수 있게


구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선생님의 언어


선생님의 사유


선생님의 그 찬찬한


눈빛이라도 남겨주소서




2008년 7월 31일


김종석(49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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