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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큰 불길 ‘얼굴 없는 기부’ - 송광운(48회) 광주 북구청장
작성자일고지기 작성일2009/03/09 10:27 조회수: 1,161









[기고] 희망의 큰 불길 ‘얼굴 없는 기부’

해마다 ‘희망나눔 캠페인’을 벌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상징은 ‘사랑의 열매’다. ‘사랑의 열매’는 우리나라 야산에 자생하는 산열매를 형상화 한 것이다. 산림청에서는 지난 2003년에 ‘이달의 나무’로 백당나무를 선정하면서 겨울 눈꽃사이로 빨갛게 열리는 열매가 추운계절에 우리 주위를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과 이웃사랑에 대한 실천을 상징하는 ‘사랑의 열매’와 닮은꼴로 비유해 관심을 끌었었다.
사랑의 열매 빨간색은 사랑의 마음을, 세 개의 열매는 나, 가족, 이웃을 나타낸다. 빨간 열매 세 개로 상징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부금 결과는 사랑의 온도로 측정되는데, 올해도 100도를 넘어 설 것이라고 한다. 지난 1월말에 모금이 끝난 모금액도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모금을 시작한 1998년 이래 처음으로 2천억원을 넘어선 2천63억원이 모금됐다고 하니 나눔 문화의 확산은 얼어붙은 대한민국을 녹이기에 충분한 온도다. 유례없는 극심한 불황속에서도 사랑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것은 나눔의 온정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희망의 메시지다.
매서운 경제 한파 속에서도 봄볕과 같은 훈훈한 소식이 들려온 것은 무엇보다 개인 소액기부자들의 조그만 손길이 큰 힘을 발휘 한 덕분이다. 소액기부는 작은 온정이 소리 없이 눈처럼 쌓여 ‘작은 기적’을 만들어 낸다. 특히 이름 없는 익명의 기부자, ‘얼굴 없는 천사’의 손길은 사회를 덥히고 미래를 밝히는 등불과 같은 존재들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크고 거창한 것들만이 아니다. 조그마한 선행도 부풀리고 알리려는 풍토 속에서 자신을 낮추고 감추며 남 몰래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 이들은 한결같이 겸손 하고 낮은 자세다. 그래서 사랑의 울림이 더욱 크고 감동스럽게 다가온다.
지난해 5월에 400억원대의 부동산을 고려대 병원에 기부한 60대의 할머니는 “좋은 일에 써 달라”는 주문 말고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가르침을 따른 것일 뿐이라며 한사코 선행을 숨기는 겸손을 보였다. ‘아름다운 부자’의 주인공으로 15년 동안 총 6억달러를 익명으로 기부한 미국의 척 피니는 실체가 밝혀졌을 때 고작 15달러짜리 시계를 15년 동안 쓰고 있고 집이나 자동차도 없는 지극히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통큰 기부’를 한 그의 소박한 대답은 더욱 잔잔한 파장을 만들어 낸다. “돈은 매력적이긴 하지만 한꺼번에 두켤레의 신발을 신을 수는 없습니다.” 당당한 부자였던 그는 돈쓰는 것도 당당했다. 불우한 이웃들이 어느 지역보다 많은 우리 북구에 설 명절을 전후해 전달된 크고 작은 익명의 기부도 주위를 따뜻하게 하고 세상사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경제위기의 찬바람 속에서도 이웃을 생각하는 온정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어려울수록 정을 나눠야 한다는 북구의 한 30대 과일 도매상은 제주도산 감귤 1천상자를 기탁했다.
그는 지난 추석에도 배 570상자를 기부했고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이웃을 돕고 싶다 면서도 이름을 알리는 것을 극구 사양했다. 한 인터넷쇼핑몰 대표는 직원을 통해 명품 남녀의류 1천500벌을 기증했다. 시가 4,000만원 상당의 의류는 모두가 신상품이어서 선행이 더욱 빛을 발한다.
설 연휴가 지난 뒤 의류 1,000벌과 신발 250켤레를 기증한 패션업체도 소외계층과 따뜻한 겨울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말만 남겼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기부 앞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익명의 기부가 만들어낸 선행은 사회곳곳에 희망의 큰 불길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선행을 자극하는 동기가 된다.
나눔의 기부 행위는 경중을 따질 수 없는 소중한 사회적 자산으로 특히 얼굴 없는 기부행위는 우리사회의 빛과 소금같은 존재들이다.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사회를 밝고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이들이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 그리고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

/송광운(48회) 광주 북구청장

< 광주일보 2009. 3.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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