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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베짱이'에서의 가치관 변화- 정용기(52회)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
작성자일고지기 작성일2009/04/30 09:57 조회수: 2,321

'개미와 베짱이'에서의 가치관 변화 

정용기(52회)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항상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개미는 추운 겨울이 와도 걱정이 없지만, 무더운 여름날을 나무 그늘에서 빈둥거리기만 했던 베짱이는 겨울나기가 어렵게 되며, 인정 많은 개미가 베짱이에게 먹을 것을 주어 겨울을 나게 했다는 훈훈한 교훈적 스토리로 기억되고 있다. 분명 우리 전래동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와 더불어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유치원,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부터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교훈적 우화로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는 것은, 물론 역사적으로 60-70년대 경제성장기의 새마을운동정신과도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란에 이어 부존자원마저 전무한 국토에서 보릿고개 넘기기를 중요한 과제로 인식해야 했던 당시의 정책적 상황으로서는 가장 구미에 맞는 계도용 우화였음이 분명하고, 또한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의 자랑이 되어 왔던 소위 한강의 기적은 '개미와 베짱이'가 일러준 교훈 덕이었음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시대가 많이 변했다. 보릿고개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하나 둘 일선에서 물러났고, 새마을운동 노래가사를 기억하는 사람도 흔치 않다. 일반 제조업 하는 사람보다는 부동산이나 증권투자하는 사람이 돈을 더 많이 버는 세상이 되었으니, 이솝이 다시 태어난다면 '개미와 베짱이' 우화를 이렇게 고쳐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벌레 개미는 역시 밤낮 없이 뼈 빠지게 일하다가 정말로 뼈가 삐끗해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반면 한량 베짱이는 여느 때와 같이 나무그늘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방송국 PD 눈에 띄어 졸지에 유명한 가수로 성공하게 되었다. 벼락부자가 된 베짱이가 고향마을 친구 개미를 찾아갔다가 오랜 병고에 병원비마저 넉넉지 않음을 알고 치료비는 물론 새 거처까지 마련해 주어 옛 신세를 톡톡히 갚아 주었다.
 물론 개미와 베짱이 간의 훈훈한 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교훈적인 스토리이긴 하지만, 이솝이 처음 지어낸 우화와는 주인공이 바뀐 셈이다.
 ◇흔들리는 가치관
 요즘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이나 취업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 이야기를 되뇌곤 한다. 실제로 언젠가부터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학생들의 장래희망 직종으로 1순위에 오르게 된 것은 연예인이었다. 대통령, 장군, 선생님 등이 열거되던 예전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대학생들의 지적호기심이나 취업관에도 영향을 미쳐, 한 때 증권이며 부동산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던 적이 있다. 요즘에도 자신의 능력이나 업체의 비전 여하에도 불구하고 오직 이름있는 대기업에의 취업에만 매달리는 경향도 결국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상대적으로 뼈 빠지게 일하고도 급여수준이 녹녹치 않은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멍청한 개미들이나 하는 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음이다.
 실제로 요즘 사람들은 이솝의 우화에서 교훈 얻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 어린이들을 위한 드림스의 애니메이션 Antz에서도 대부분의 개미는 노예처럼 일만하는 무인격적 군중으로 묘사되고 있다. 개미가 본디 부지런함과 성실함의 미덕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보다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먹을 것을 모으는 본능을 가지고 태어났을 뿐이며, 따라서 개성있고 톡톡 튀기를 좋아하는 현대인은 그런 개미를 오히려 노예적 존재로 관찰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솝에게는 공공의 적이었던 베짱이가 오히려 삶을 즐기며 풍류를 아는 멋쟁이로 거듭난 것이다. 이는 자신의 노력 여부에 관계없이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요즘 세대들의 보편적인 시각인지도 모른다.
 ◇되살아 난 개미론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지만, 요즘의 심각한 경제상황과 더불어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다시 이어지고 있다.
 한 때 인기를 누렸던 베짱이는 인기를 업고 시작했던 사업도 유행과 함께 시들해지고, 펀드에 투자한 주식은 오를 기미가 안보인다. 한편 퇴원한 개미는 부지런한 천성을 버리지 못해 할아버지 때부터 운영해 오던 가게에 '3대째 계속하고 있는…' 팻말을 붙이고 꾸준히 지극정성을 다 해 가고 있다.
 매스컴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1백이면 아흔아홉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렵다고 말해도, 고객들로부터 정직하고 신망있는 업체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가게들이 더러 있는 것을 보면, 개미가 주인공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는 듯하다.

< 광주매일 2009. 4. 29(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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