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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속의 DJ 사진 한 장-김재기(59회) 교수
작성자일고지기 작성일2009/09/01 09:23 조회수: 3,141


아침시평- 서랍속의 DJ 사진 한 장

고인(故人)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10여년 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달라이 라마 14세는 티베트인들의 정신적· 종교적 지도자이다. 국제사회의 수 많은 지도자들과 시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지만 중국 정부로부터는 국가를 분열시키는 분리주의자로 낙인이 찍혀 ‘국가의 적’이 되었다. 티베트인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서장자치구나 청해성 등에서 달라이 라마 사진을 갖고 다닌다는 것은 ‘국가의 적’을 존경한다는 의미에서 처벌의 대상이 된다. 티베트를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달라이 라마와 관계된 서적이나 사진을 갖고 티베트에 입경할 수 없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몰래 숨겨놓고 기도하는 티베트인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에서도 한때는 야당 지도자 김대중의 사진을 비밀스럽게 갖고 다녀야만 했다. 필자의 서랍에는 40여년 정도 역사를 갖는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이 하나 있다. 명함보다 조금 큰 흑백 사진으로 70년대 중반에 필자의 조부께서 자주 보시던 옛 서적에 ‘숨겨’있는 것을 발견하여 갖게 되었다. 정치가 무엇인지 모르는 10대의 어린 나이에 우연히 발견한 김대중 후보의 사진을 조부께서는 누군가가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이라도 된 듯이 조심스러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박정희에 맞선 야당 대통령 후보 김대중의 사진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당시에는 금기시 되었던 것 같고, 그래서 숨겨 놓고 보았던 것 같다. 이는 김대중의 출생지인 전라남도 무안(69년 신안군 분리)지역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김대중에 대한 정서는 97년 대선에서 14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까지 어느 정도 존재했다고 생각된다. 필자가 90년대에 호남지역에 대한 정치의식 설문조사를 수차례 진행하면서 60대 이상의 연령층이 공개적으로 김대중을 지지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례를 수없이 경험했다.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농촌지역 60대 연령층들은 안기부나 경찰에서 알면 안 된다며 비밀스럽게 면담에 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는 어느 정도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룬 90년대에도 유신시대 국가정보기관에 의한 감시와 사찰에 대한 두려움이 잠재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요즈음 포스트 DJ에 대한 논쟁과 함께 그의 정신적 가치를 계승하고 기리는 기념사업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내년 지자체 선거가 있어서 그런지 관련 지자체마다 광장과 공항에 이름을 붙이자고 하고, 노벨평화상 기념관과 테마공원을 조성하자고 하고, 동상을 건립하고 생가를 새롭게 정비하자고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에 대한 정신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조명해보고 난 이후에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3년은 아니더라도 100일 정도는 경건하고 엄숙하게 그 정신적 가치를 되새겨보자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을 아버지로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모든 벼슬을 뒤로하고, 묘지에 움막을 짓고, 씻지도 않고,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과거의 3년 상(喪)은 아니더라도 유별나지 않게 근신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행동하는 지혜를 되살려야할 때가 아닌가 한다.

또한 한국과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서는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 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자유와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지도자의 사진을 갖는 것조차 금지 하는 비민주적인 국가들이 존재한다. 야당과 야당 정치지도자를 인정하지 않고 가택연금 시키고 있는 국가도 있고, 집회와 언론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도 상당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에 남기고 간 정신적 가치는 시멘트나 쇳덩어리로 범벅이 된 대형 기념사업 보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하는 억압체제 속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동하는 양심’이 아닐까? 김재기(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정치학 박사)

< 2009. 9. 1(화) 무등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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