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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47회)의 관풍(觀風) - 인류 최초의 ‘방사성물질 배출 가해국’ 선택한 일본정부
작성자운영자 작성일2023/07/21 11:25 조회수: 502

김성(47회)의 관풍(觀風) - 인류 최초의 ‘방사성물질 배출 가해국’ 선택한 일본정부

 우리나라와 일본 어민들, 태평양 연안국들의 반대와 한국 국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결의가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방류 허용, EU의 일본 식품 규제 해제, 한국정부의 IAEA 보고서 동의 등 상황이 일본정부에 유리하게 전개됐기 때문이다.

IAEA 동의서만 믿고 동양의 ‘예의’ 외면

일본정부가 오염수를 방류하게 되면 일본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방사성물질을 계획적으로 방출한 ‘핵(방사성물질 방출) 가해국’으로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일본은 1945년 인류 최초의 ‘핵(원자폭탄) 피해국’이어서 핵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78년이 지난 이제는 반대로 ‘핵 가해국’으로 옮겨 앉게 됐다. 이제 세계 각국은 2023년에 인류애를 져버린 일본의 ‘무책임’‘배신감’을 교과서에 기록해 잊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1년 3월 11일 일본이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자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구조인력 파견과 많은 물자를 지원해 조속한 복구를 도왔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전 세계에 실망을 안겨주었다. 동양의 기본적인 예의(禮儀)란 무엇인가. 어떤 집에 재난이 발생하면 이웃들이 상부상조(相扶相助)하여 피해자를 도와주고, 재난을 극복한 피해자는 이웃에게까지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해 사과하고,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폭발한 후쿠시마 제1원전을 처리하면서 선린우호(善鄰友好)의 자세는 커녕 오히려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보답한 것이다. 일본정부는 이웃 국가들과 협의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고 자기가 측정한 자료를 IAEA에 제출하여 받아낸 동의서만을 가지고 방류하려고 하는 것이다.

상당수의 일본 국민들은 이런 일본정부의 태도에 ‘국제적인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정부가 “IAEA 기준에 맞췄기 때문에 피해가 없다”“다른 해결 방법이 없다”며 국민들을 세뇌시켜 반발을 막았다. 일본 내의 여론조사를 보면 방류가 가까워질수록 ‘반대’가 ‘찬성’에 점차 접근해 가고 있어 죄책감을 입증해주고 있다. 지난 5월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방류 찬성 60%, 반대 30%로 찬성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7월 1일 일본 JNN방송의 여론조사에서는 오염수 해양 방류 찬성 45%, 반대 40%로 5%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이제 후쿠시마어업조합을 비롯해 방류를 반대하는 일본전국어업조합연합회만 설득하면 국외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즉각 방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일본정부는 일본 어민들을 지원할 기금만 마련하고 태평양 연안국들의 피해를 지원할 기금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

일본국민은 ‘죄책감’ …일본정부는 ‘안면몰수’

한국 국민들은 일본정부의 조치를 크게 불신해 왔다. 일본정부는 2011년 사고 발생 이후 후속조치를 소홀히 해 정제되지 않은 오염수를 불법 방류했고, 처리대책도 여러 방안 가운데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오염수 방류’방법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공청회도 형식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일부 방사성물질이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다핵종제거설비인 알프스(ALPS,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를 거쳤다고 하여 완벽히 재처리된 것처럼 오해하기 쉽게 ‘처리수’라는 왜곡된 단어를 쓰기도 했다. 일본정부는 또 한국과 중국 연안의 원전에서도 방사성물질이 배출된다고 ‘물귀신 작전’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히 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원전수와 파괴된 원자로와 접촉해서 생긴 오염수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 일본정부는 “우리는 독립국이므로 다른 나라가 우리 영해에 ‘처리수’를 방류하는 것을 간섭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방류된 오염수는 일본 영해를 벗어나 한국은 물론 태평앙 연안국으로 흘러가게 된다. 더구나 방류가 단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30년간 방류하고 2050년까지 폐로(閉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예정에 불과하고 그 이후로도 얼마나 더 오래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일본정부는 이때 태평양 연안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고 안면몰수(顔面沒收)하고 있다.

그래 한반도를 포함한 태평양 해안지역 어민들은 바다에서 나오는 생선·조개·해조류·천일염 등이 방사성물질에 오염되면 소비가 크게 줄어 “어민들이 다 죽는다”고 절규하고 있다. 이밖에 피서철 해수욕장 기피, 소금의 대량구입 등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계속 나타날 수 있다.

‘이중성’과 ‘왜곡’을 밥먹듯 해온 일본정부

국민들이 일본정부를 불신하는 이유는 그들이 잘못된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8월 6일을 ‘평화의 날’로 정하고 미국의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매년 ‘핵 없는 날’을 기원하는 이벤트를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원폭을 투하한 것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군부의 반인륜적인 야만성 때문이었다. 일본군부는 패색(敗色)이 짙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은 물론 징병·징용된 조선인, 심지어는 일본국민에게도 최후항전이나 자살을 강요했다. 하여 전쟁을 빨리 끝내고자 원폭을 사용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피아간에 원폭 피해보다 더 많은 피해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일본정부는 평화의 날 행사를 통해 자신이 ‘피해국’임을 강조하여 일본국민과 세계인의 동정을 사려고 해왔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수천만 아시아인들에게 피해를 준 전쟁범죄자들의 유골을 야스쿠니신사에 모아두고 참배를 하거나 공물을 바치는 이중성을 보여왔다.

이런 행태를 볼 때 일본정부가 교과서에 또 어떤 장난질을 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과거 전쟁범죄를 희석시키면서 역사교과서를 왜곡해 왔던 것처럼 “오염수 방류가 인류 미래에 방사성물질 처리의 교과서가 되었다”고 뻔뻔스럽게 왜곡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방사성물질, ‘당사국 책임 원칙’ 따라 발생국이 보존

일본정부의 오염수 방류는 인류에게 여러 과제를 안겨주었다.

첫째, 일본과 같이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 IAEA는 앞으로도 계속 오염수 방류를 허용해 지구의 모든 바다를 방사성물질로 오염시킬 것인가. 그래선 안된다. 일본은 천재지변이었다고는 하지만 불안정한 지역에 원전을 세운 책임도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당사자 책임 원칙에 따라 방사성물질이 안정화될 때까지 일단 발생국에서 보존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국제적으로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또 봉쇄 범위, 봉쇄지역 거주민 보호정책과 생산물에 대한 조치 등도 매뉴얼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방사성물질이 수천 배 초과해 검출된 수산물이 발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시식행사 같은 겉치레 퍼포먼스를 벌인다거나 식용을 강요하는 행태는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인접국에 대한 배상 또는 양해조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일본정부는 방사성물질을 함유한 농수산물이 무해(無害)하다면서 수입개방을 강요하고 있다. 외교경로를 통해 압박하거나 WTO에 제소, 또는 경제관계에서 불이익을 줄 기세이다. 미국과 EU는 일본의 식품규제를 해제했다. 그러나 인접국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WTO 협약에 따르기보다는 국가별로 농수산물 수입 여부를 결정하도록 예외를 두어야 한다. 또한 자국 어민들에게만 배상하고 영향을 받는 인접국에 대해서는 ‘입을 씻어버리는’ 나쁜 작태도 사라지도록 규정을 정해놓아야 한다.

가해국에 ‘배상준비금’ 부과해 먼 미래의 피해 지원해야

셋째, 이번 기회에 방사성물질 방출이나 핵무기 사고에 대비하여 IAEA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IAEA는 ‘핵무기나 원전을 가지고 있는 선진국의 방패노릇을 한다’‘분담금을 많이 내는 회원국을 우대한다’는 의혹을 받아오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방류사태를 계기로 발생국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히 책임을 묻도록 공정한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배상준비금’도 부과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발생하게 될 인접국의 피해에 대해서도 배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지난 역사를 돌아볼 때 문화수입국이었던 일본은 150년 전 다른 나라보다 빨리 서구 문물을 받아들인 뒤 아시아의 책임있는 국가로서 역할을 해왔다기보다는 침략, 식민지, 세계대전 등으로 분란을 일으켜 온 불량국가였다. 전쟁배상금도 내지 않았고, 냉전체제와 이웃 나라의 불행(6·25전쟁)을 기회로 삼아 우방국이 되고 경제적 선진국이 됐다. 따라서 이번에는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 국가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외부의 압력보다는 국가의 주인인 일본 국민들이 나서서 일본정부를 혁신해 나가야 한다.

한국과 중국 역시 많은 원전을 가동하고 있으므로 원전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고, 혹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일본처럼’이 아니라 전 세계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잘 대비해야 한다.

김 성 (시사평론가)

< 데일리스포츠한국 2023.07.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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