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생태계 복원 시급하다
김갑섭(52회) 전남도 해양수산환경국장 요즘 필자는 걷기운동에 빠져 있다. 지난 4월부터 영상강의 발원지인 담양의 용소에서 목포 하구언까지 뚝방길을 따라 137㎞를 7회에 걸쳐 걷고 있다. 그리고 영광에서 광양까지 남도갯길 6,300리를 구간별로 20여㎞로 나누어 100회에 걸쳐 남도의 해안가를 종주할 계획으로 여정을 시작하였다. 지난주에는 제2코스인 영광 법성포에서 백수 해안도로의 노을전망대까지 20㎞를 동호회원들과 함께 걸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백수 해안도로를 걷는 것이 아니고 방조제 뚝방길과 해안가 바위와 갯벌, 모래밭을 걷는 것이다. 그 길을 걷다보니 새삼 우리나라엔 '남과 북'만이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게 아니라 너무나 많은 자연이 단절되어 소통되지 못하고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방조제에 의해 논과 밭이 갯벌과 단절되어 있고 하구언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강과 바다의 만남을 단절하여 놓았다. 6,70년대 대한뉴스에 자주 등장하였던 우리나라 지도를 바꾸었다고 톱뉴스로 장식되었던 대규모 간척사업 보도 장면이 새삼 떠오른다. 부끄럽게도 우리 금수강산엔 1,593개 지구에 연장거리 1,200㎞의 해안선이 방조제라는 구조물로 전답과 산하(山河)가 갯벌, 바다와 생이별을 하고 있다. 남도의 젓줄 영산강이 그렇고 금강, 낙동강이 하구언이라는 구조물로 바다와 생이별을 하고 있다. 모천회귀성 (母川回歸性) 어류인 연어와 민물장어, 참게, 은어 등이 거대한 구조물에 막혀 귀향의 꿈을 접게 만들어 자원고갈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듯 자원적 가치가 큰 갯벌이 농경지, 공단조성 등 무분별한 개발로 우리나라 갯벌면적의 32%에 달하는 810㎢가 살라졌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우리나라 갯벌은 2,550㎢로(우리도 1,017㎢) 국립수산과학원 갯벌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남 서남부권의 갯벌은 저서동물과 물새 등 280여종이 넘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오염도가 낮아 자연성과 원시성이 뛰어난 1등급 수준이라 하니 그나마 안도감이 든다. 다행스럽게도 국토해양부가 2010년부터 갯벌 복원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간척사업으로 죽음의 땅이 돼버린 갯벌에 다시 바닷물이 드나들게 만들어 '살아 숨쉬는 연안'으로 되돌리는 '역(逆) 간척사업'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물론 갯벌이 해양자원의 보고이자 환경오염을 막아주는 완충지대로, 또 생태관광지로서 무한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달았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전까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땅쯤으로 여겨졌던 갯벌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는 얘기다. 국토해양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에서 갯벌복원을 희망하는 곳이 무려 81개소로 소요예산이 2,25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전남도에서도 방조제로 단절된 41개소의 갯벌을 복원하고자 1,280억원의 국비지원을 건의한 바 있다. 갯벌은 양식과 염전, 문화적 공간으로 사용되어 농경지보다 약 3배에서 20배 이상의 생산성을 가진다는 경제적 가치 이외에 생태서식지 기능, 자연정화기능, 자연 재해와 기후조절기능과 심미적 기능 등 그 가치가 무궁부진하다. 자연은 본래의 모습일 때 가장 큰 가치가 있다. 다시는 눈앞의 이익만을 바라보는 근시안적 사고로 육지와 바다를 가로막는 정책의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 광주매일 2009. 5. 21(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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