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중·일고 총동창회

무병장수의 지름길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여자 81세, 남자 78세를 넘어서면서 앞으로 15년이내 인구 15%이상이 65세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이것은 현대 임상의학의 눈부신 발전과 영양상태의 호전으로 인한 결과이다.

  우리나라의 임상의료 수준은 간 이식, 성형수술, 심장수술, 암 수술 등에서 세계 최고의 의료 수준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1977년 의료보험의 시작으로 1988년 전 국민의료보험시대로 진입하면서 각종 질환의 치료가 쉬워지고, 특히 선진국에 비해 5분의 1에서 10분의 1 정도 원가 이하의 진료비로 국민들이 큰 혜택을 보고 있다. 외국서 생활하다 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의료비의 싼 가격에 놀라고 높은 의료수준에 감탄해 한다. 4,50년 전 의료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가 배우고 도입했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의료수준을 뛰어넘는 정도까지 발전해 국민건강과 세계 최고수준의 평균 수명 연장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열심히 연구하고 환자 진료에 전력해온 의료인들의 공로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불합리한 의약분업, 각종 행정적인 규제 등으로 오히려 의료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의료산업화 등으로 막대한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의적절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함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의학은 크게 치료의학과 예방의학 및 기초의학으로 나누는데, 우리나라 치료의학은 세계 수준에 와 있다. 아쉽게도 기초의학의 연구는 장기적으로 많은 재원의 투자를 요하고 물질적 인적 재원이 필요한데 일부 세계적 수준의 논문들이 나오고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연구 환경이 열악해 노벨의학상 등을 수상할 수 있을 때까지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질병 예방의학의 발전과 새로운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질병의 발생 전 적극적인 예방 및 검진의 활동으로 실제 진료비의 10분의 1 정도를 가지고 더 높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사망의 주 원인인 각종 암과 심혈관질환 등은 40대 이후 1∼2년에 1회 정도의 검진으로 대부분 예방 가능하고 초기에 발견돼 치료 예후가 매우 좋다. 다행스러운 것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건강관리공단에서 실시하는 검진은 거의 무료이며, 실질적으로 질병의 조기발견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형 병원들에 의해서 고액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과소비적이다. 건강관리공단에서 실시하는 검진만 제대로 하더라도 질병의 조기발견에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최근 검진의 활성화 및 이용자의 급증으로 각종질환의 조기 발견이 가능해 치료효과를 높이고, 건강한 노후를 약속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더욱이 2년 전부터 영유아건강검진도 시행되면서 검진의 시대가 다가왔다. 그러나 한편 아쉬운 점이 있다. 하루가 멀다고 발전하는 의료환경에서 정부는 무조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가로 의료보험을 밀고 나가고 있으며, 건강검진 또한 원가미달 정도의 수가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전 의료계 종사자들이 모든 걱정·불안을 떨쳐버리고 질병예방 및 검진,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과 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허정(45회) 에덴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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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일보 2010. 5. 27(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