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난 대선과 총선 패배에 대한 뼈저린 반성을 토대로 ‘제3의 길’을 제시, 정치권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동안 내세웠던 ‘중산층과 서민의 벗’에서 더 나아가 특권층까지 포용하는 것은 물론 분배에 실렸던 무게 중심을 성장 쪽으로 이동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이어졌던 이념과 정체성에서 한단계 진화, 분배와 성장의 양 날개로 더욱 광범위한 지지를 얻겠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당의 슬로건도 ‘모두를 위한 번영’으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 마련한 뉴 민주당 선언은 김효석<사진> 민주당 정책연구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뉴 민주당 비전위원회’에서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동안 당 내외 인사들을 초빙, 치열한 논의를 거쳐 도출한 결론이다.
우선 뉴 민주당 선언 초안을 보면, 민주당은 보수와 진보의 낡은 이분법을 뛰어넘어 새로운 중도개혁의 길로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진보의 전통적 가치를 지켜나가되 시대정신과 국민통합의 길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비전으로는 ‘온정적이며 유능한 정당’과 ‘성장과 기회의 정당’을 제시했다.
냉혹하지만 유능한 산업화 세력(한나라당)과 온정적이지만 무능한 민주화 세력(민주당)의 대결 구도로는 향후 선거에서 필패한다는 자체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같은 비전은 그동안 배제해왔던 일부 기득권층도 적극적으로 껴안고 분배와 성장을 함께 이뤄가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같은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의 계속되는 실정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반복하고 있는 등 유능한 대안 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반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정치적 정체성도 전통 진보와 보수의 중간에 놓고 질 좋은 성장과 민주적 시장경제, 모두를 위한 번영을 추구한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한마디로 중원을 차지하면서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겠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현재의 ‘민주-평화-개혁’이란 3대 가치를 ‘더 많은 기회-더 높은 정의-함께하는 공동체’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뉴 민주당 선언이 정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방점이 깊게 찍힌 성장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당내에서는 뉴 민주당 선언 초안에 대해 이도저도 아닌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는 ‘짝퉁 한나라당 노선’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뉴 민주당 선언을 둘러싸고 과거 열린우리당 초반 당의 정체성을 놓고 제기됐던 ‘란닝구-빽바지’ 논란도 예상되고 있다.
민주당은 4·29 재·보선 이후 논의를 거친 뒤 뉴 민주당 선언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뉴 민주당 선언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김효석 민주당 정책연구원장은 “민주당이 과거에 안주하기보다는 국민과 함께 진화하며 새로운 비전을 내세워야 한다”며 “이번 뉴 민주당 선언은 대선과 총선 패배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현재의 민주당 상황 등을 고려해 수많은 논의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