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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평생 항문만 만졌다… 이제 '세계최고'에 도전한다"-이종균(43회) 송도병원 이사장
작성자일고지기
작성일2009/04/08 15:29
조회수: 1,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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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항문만 만졌다… 이제 '세계최고'에 도전한다"
2008년 우리나라 치질 수술은 21만7500여건. 수술 건수 1위다. 요즘은 너나 없이 '대장항문 전문'을 선전하지만 그가 개원하던 1981년에는 '찬밥 중의 찬밥'이었다. 외과의사라면 으레 위나 간처럼 '폼 나는' 수술만 하려 했고, 특히 항문만 쳐다보는 치질은 '허드렛일' 취급을 했다. 의사조차 "치질 수술은 으레 아프고, 재발이 잦다"고 말할 정도여서 환자들은 민간요법이나 대체의학에 더 의존했다. 그렇게 '하찮은 일'에 도전해서 단단한 불신의 벽을 깨트린 주인공이 바로 이 이사장이다.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선택했지만 개원 초기엔 그도 수많은 '엉터리 의사' 중 한 명이었다. 치질 수술을 제대로 배우고 익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대학병원 의사는 물론이고 개원 의사도 골치 아프고 재발이 잦은 치질에 관심이 없었다. 돈 벌 곳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이나 심장도 떼었다 붙였다 하는 판에 치질 하나 해결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재발이 잦은 것도 100년 가까이 된 '구닥다리 수술법'을 그대로 답습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사명감과 승부욕을 동시에 느끼고 외국의 전공서적을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선진 치료법을 배우러 틈만 나면 일본을 들락거렸다. 일은 너무 쉽게 풀렸다. 1983년 첫 일본 연수 때 배워서 도입한 '냉동 수술법'은 금방 환자들에게 소문이 났고, 그 후에도 새 치료·검사법들을 도입할 때마다 '히트'를 쳤다.
이 이사장은 개원 직후부터 줄곧 '돈 방석'에 앉았다. '치질은 수술하면 안 된다'는 말에 참고 있던 수 많은 환자들이 "수술해도 재발하지 않는다더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몰려 드는 바람에 개원 뒤 여섯 번이나 병원을 확장 이전해야 했다. 개인 병원인데도 수술을 받으려면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해서, '빽'을 쓰는 환자도 많았다. 그는 "오전 5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쯤 퇴근할 때까지, 하루에 최고 35명까지 수술한 적도 있다. 지금은 억만 금을 준다고 해도 그렇게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 이후에도 그는 직장류(직장과 질 사이의 벽이 얇아져 주머니 모양으로 늘어나 배변 장애와 변비를 일으키는 질환) 수술, 배변 조영술(변이 대장을 통과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검사), 요실금 수술, 복강경 대장암 수술 같은 '돈 되는' 수술이나 검사를 신속하게 도입했고, 그 때마다 환자가 몰려 들었다. 그는 "식생활의 서구화로 대장항문질환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는데 80년대 초만 해도 의사들이 이 분야를 홀대하는 바람에 손 쉽게 병원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 그의 꿈은 '세계 최고'다. 이를 위해 최근 상당히 진행된 대장암 환자도 복강경으로 수술하기 위해 신당동 병원에 국내 최초의 '내시경 수술실'을 개설했다. 내시경실과 수술실을 합쳐 놓은 것인데, 그는 "아마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세포 전이 등의 문제로 까다로운 환자는 아예 개복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환자조차 복강경 수술을 먼저 시도해 보기 위해 운영 비용이 몇 배가 드는 내시경 수술실을 만들게 됐다. 돈은 벌만큼 벌었으니 이제 아낌 없이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2005년부터 세포연구소를 설립·운영하면서 항문 근육의 재생 등에 관해서도 연구하고 있으며, 64채널 CT 등 최신 장비의 도입, 자체적인 '내시경 전문의제'의 운영 등에도 투자해 오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의료뿐 아니라 실버타운 같은 노인복지 사업 등 하는 일마다 성공을 거두었으니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고 말한다. '세계 최고 대장항문병원'이란 목표에도 그가 말하는 '좋은 운'이 따를 지 기대가 된다. < 조선일보 2009. 4. 8(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