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사이트는 대한민국 저작권법을 준수합니다.
- 회원은 공공질서나 미풍양속에 위배되는 내용과 타인의 저작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물에 대하여는 등록할 수 없으며, 만일 이와 같 은 내용의 게시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회원 본인에게 있습니다.
-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하여 주민번호, 휴대폰번호, 집주소, 혈액형, 직업 등의 게시나 등록을 금지합니다.
제목 아, 이청준선생님
작성자김종석
작성일2008/08/03 09:26
조회수: 1,639
|
---|
선생님 선생님, 문인들의 어른이신들 지성인의 표상이신들 저는 감히 알 길이 없습니다 한 가락 한 물떼 인연을 같이 한 선배이신들 그것 또한 알 바가 아닙니다 다만, 그 겨울날요 그 젊은 날요 막막하고 아득하던 나의 인생길 나의 구만리같던 길을 나서던 그 날에요 그 때 선생님이 서있던 그 자리 그 예언 그 위안이자 짐이 된 말씀 마디마디 제게 안겨버린 무심하게 낡아가는 저 책 한 권들 그저 막막하고 외로울 때 아니면 힘겨워 허덕일 때 선생님의 단정한 글 한 줄 단편 하나, 장편 한 대목 받치고 당겨 일어서게 해주시더니 어느 날 갑자기 고약한 손님이 찾아왔다며 오늘도 일용할 시간을 주시어 감사하다고 하시더니 그리고나서 쓰신 글에는 미안하고 부끄럽단 말 유난히 되뇌이시더니 마음 약해진 선생님 마음 애써 잊으려고 했더니 오늘 아침도 눈뜨자 일용할 시간 얻으셨겠거니 했더니 더 이상은 거절치 못하시겠더이까 인생사 세상사 다 우러나와 더는 하실 말씀이 없으시겠더이까 그냥 글 안쓰시고 지금껏 썼던 글 여쭐 수 있게 누워만 계셔도 허황한 이 세상 부질 없는 인간사 툭툭 털고 다시 서게 해주시련만 당신이 몸소 우리를 털고 가실 연유가 무엇이더이까 하늘 말고 땅 말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무너진 듯 다시 어디서 정교하게 짜인 위안의 둥지를 찾아 지친 기력 회복할 수 있으리까 남기신 글만이 흩어진 책들만이 선생님과 부빌 수 있을 터 안경테 하나 납작모자 하나처럼 부디 손때라도 남겨두소서 미치게 외로울 때 부여잡고 울 수 있게 통곡이라도 하게 하소서 아직도 막막한 이 세상 미움에서 용서할 수 있게 구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선생님의 언어 선생님의 사유 선생님의 그 찬찬한 눈빛이라도 남겨주소서 2008년 7월 31일 김종석(49회)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