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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제위기와 은행의 딜레마 - 조기인(50회) 금융감독원 광주지원장
작성자일고지기
작성일2008/12/01 16:29
조회수: 2,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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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와 은행의 딜레마
로버트 엑슬로드(Robert Axelrod)라는 경제학자는 1984년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는 역설을 제기했다.
이 역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대방의 반응을 미리 염두에 두도록 모형화하는 게임이론으로 경제학계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신이 범죄를 함께 저지른 동료와 같이 붙잡혀 구금되었다고 하자.
당신과 동료는 잡히기 직전 서로 묵비권을 행사하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구금된 이후에는 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독방에 각각 갇혔다.
그 때 경찰이 당신에게 협상안을 제시했다.
“당신이 동료의 죄를 증언하고 동료는 묵비권을 행사하면 당신은 석방되고 동료는 3년 형을 받는다.
당신과 동료가 모두 서로의 죄를 증언하면 둘 다 2년 형을 받고,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하면 1년 형을 받는다.” 그러면서 당신의 동료도 동일한 제안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먼저 동료가 당신을 배신하고 증언하는 경우를 상정하자.
이 경우 당신도 증언을 하면 2년 형, 당신은 의리를 지켜 묵비권을 행사하면 3년 형을 받는다.
따라서 당신은 증언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음으로 동료가 약속대로 묵비권을 행사하는 경우를 상정하자.
이 경우 당신이 증언하면 석방, 당신도 묵비권을 행사하면 1년 형을 받는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당신은 증언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동료도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추론할 것이다.
따라서 당신과 동료는 모두 서로를 배신하고 증언하여 각각 2년 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결과는 최선이 아니다.
당신과 동료가 서로 약속을 지켜 묵비권을 행사하였다면 각각 1년 형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기업들의 담합행위를 설명하는 데 유용할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내생적 불안정성을 파악하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응용될 수 있다.
내생적 불안정성이란 개별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시의적절한 행동이 경제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구조적 현상을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급격한 경기침체로 인해 기초체질이 우수한 기업이 일시적인 어려움에 처할 경우 경제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해법은 그 기업에게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서로 약속하여 추가 지원을 통해 기업의 상환능력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은행이 대출의 부실화를 염려하여 약속을 저버리고 추가 대출을 하지 않아 기업이 더 큰 어려움에 빠지면 약속대로 지원한 은행들만 대출금 회수에 애로를 겪게 된다.
개별은행들이 이와 같이 다른 은행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손해를 보게 될 것을 우려하게 되면 우량기업이라 하더라도 모든 은행이 추가 지원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기업이 파산하게 되면 이는 기존 대출의 부실화로 이어지게 된다.
즉, 대출의 건전성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려는 개별은행들의 시도가 모이면 오히려 기존 대출의 부실화로 이어지는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이 ‘중소기업 신속자금지원(Fast Track)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여 채권은행들간의 상호 협의를 통해 우량기업에 대한 공동 지원을 적극 유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금융시장의 내생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혹자는 은행도 사정이 좋지 않은데 대출을 유도하면 은행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는가 하고 우려할 수도 있으나, 기초체질이 우수한 기업은 살리는 것이 기존 대출의 건전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길임과 동시에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업도 스스로 각고의 노력을 통해 체질을 한층 개선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이다.
은행과 기업이 상호 협력하여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어서길 기대한다.
/ 조기인(50회) 금융감독원 광주지원장
< 광주일보 2008. 12.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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