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은 주요 간선도로만 375갈래로 거미망처럼 전역을 이어놓았다. 자갈로 포장된 간선도로나 사도까지 합하면 총연장 길이가 30만㎞에 이르렀다. 광주시 도로 총연장이 2천162㎞, 북구의 총연장 615㎞와 비교하면 2000년 전 로마의 도로 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도로 건설은 로마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교역로만 8만㎞에 달했다. 이 길은 로마제국을 600년간 융성하게 하고 문명의 자양분으로 또 네트워킹의 토대를 제공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을 낳게 하였다. 로마에서 새로운 길이 개통되는 것은 전쟁에서 승리와 같은 공적으로 평가됐다. 때문에 황제나 집정관들은 경쟁적으로 도로를 건설했고 건설 당시 황제나 귀족가문의 이름을 붙였다. 광주의 주요 간선도로에도 역사성을 반영한 도로이름이 몇 군데 있다. 금남로는 이괄의 난을 평정한 정충신의 군호인 금남군에서 따왔다. 충장로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 김덕령 장군의 시호를 따서 명명한 것이다. 제봉로 역시 임진왜란 때 6천명의 의병을 이끌고 금산에서 왜적과 싸우다 전사한 의병장 고경명 장군의 호를 따서 붙여진 도로 이름이다. 광주 북구는 최근 인위적으로 분절된 도로구간을 통폐합하면서 ‘가사문화권 및 광주 역사인물’을 선정해 도로이름으로 명명했다. 북구가 가사문화권 인물을 선택한 것은 사림 정신과 광주정신의 맥이 맞닿아 ‘문화 북구’의 위상을 세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부는 현대인물과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지역명을 사용해 조화를 이뤘다. 특히 가사문화권은 일대가 무등산과 함께 북구지역을 포함하고 있어 출신들의 인물을 도로이름에 부여한 것은 예향 북구의 이미지를 알리는 효과뿐 아니라 인근 지자체의 도로이름 주소 부여시를 대비한 선점 의미를 담고 있다. 새로 명명된 도로는 7곳이다. 먼저, 동운고가에서 태령동까지 구간은 신라에서 조선시대까지 문묘에 배향된 18인 가운데 호남에서 유일하게 배향된 하서 김인후 선생의 호를 딴 ‘하서로(河西路)’로 이름 붙였다. 하서선생은 2010년이면 탄생 500주년을 맞는데다 중외 공원 박물관로에 하서의 동상이 위치해 있다. 광천1교에서 일곡동까지 설죽로(雪竹路)는 독립운동가인 양상기선생 호를 딴 것이다. 광주 북구 출신인 선생은 80여 명의 의병장을 이끌고 광주, 담양, 창평 일대에서 의병활동을 하다가 짧은 나이에 순국했다. 광주박물관에서 문흥동까지 서하로(捿霞路)는 광주 충효리에서 태어나 식영정을 짓고 여러 문인들과 교유한 서하 김성원의 호에서 따왔다. 또 우산로와 두암로를 통폐합한 면앙로(?仰路)는 조선중기 문신으로 ‘면앙정가단’의 창시자인 송순의 호다. 북구는 또 새로운 도로이름을 지으면서 서강정보대학 초대 학장을 지낸 서강 김경식 박사의 호를 딴 서강로(瑞江路)와 함께 기존의 용봉로는 신안동의 옛 마을 이름인 자미로로, 신안교 앞에서 북구청 사거리까지는 용봉로로 도로 명칭을 변경했다.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 도로들은 교류와 소통의 수단뿐 아니라 ‘문화 북구’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유형의 자산이다. 새롭게 이름 지어진 도로를 통행하면서 선인들의 행적을 더듬다 보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