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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의 뿌리: 80년 전 광주 - 김재기(59회) 교수
작성자일고지기 작성일2009/05/19 10:58 조회수: 1,339


아침시평 - 5·18의 뿌리: 80년 전 광주

5·18 주간이 되면 평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광주를 찾고 5·18과 관련된 현장을 방문한다. 광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5·18 현장을 살아 있는 '민주주의 학교’로 인식하고 당시의 현장들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5·18 현장을 찾는 사람들은 어디를 제일 먼저 방문할까? 5·18의 시발점으로 계엄군과 처음으로 충돌한 '전남대학교’에서 출발하는 사람, 최후 항전지인 '도청’을 방문하는 사람, 대동단결로 해방광주를 쟁취한 '금남로와 분수대 광장’를 걷는 사람, 5월 영령들이 묻혀있는 '망월동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사람 등 다양할 것이다.

필자는 17일 오후에 20여명의 학생과 중국, 러시아, 몽고, 몰도바, 우즈벡, 북한 등 사회주의 체제에서 살다 온 10여명의 다국적 사람들과 함께 5·18 현장을 체험했다. 이번 행사의 출발은 광주일고 내에 위치한 '학생탑’을 참배하면서 시작 했다. 이곳은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인 1929년 광주에서 촉발되어 전국화 되고 중국 만주와 상해, 러시아 연해주, 일본 동경 등의 도시로 확산된 학생독립운동의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당시 국내외 340개 학교에서 5만4천여명이 직접 참가하였고, 1천462명 구속, 2천912명이 퇴학 및 무기정학을 당한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10대 학생이 중심이 된 민족해방운동이다.

해방 후인 1953년에 건립 된 학생탑에는 "우리는 피 끓는 학생이다. 오직 바른 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라는 글이 새겨 있다. '바른 길’이란 '의(義)’로운 일이며 이는 불의에 저항하는 학생 정신이다. 이러한 전통은 면면히 이어져 1980년 신군부의 쿠데타와 계엄령에 온 몸으로 저항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5·18이 강압적 신군부 독재체제에 대한 민주화 운동이라면, 광주학생독립운동은 일제 식민 강권통치에 대한 민족해방 운동의 성격을 갖는다. 두 운동 모두 광주지역 학생들이 전면에 나서 의(義)를 실천하기 위해 체제에 저항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5·18을 기념하기 위해 참가한 금남로의 수많은 인파와는 달리 5·18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학생독립운동 진원지를 찾는 이는 거의 없었다. 같이 동행했던 대학생들 역시 이에 대한 어떠한 지식도 찾기 어려웠다. 다만 북한에서 50여년을 살다가 광주시민이 된 김춘화(57)씨는 "북한에서는 오래 전부터 1980년 5·18을 '광주인민봉기’, 1929년 11월3일을 '광주학생사건’ 이라는 기념일로 지정하고 매년 정치사상교육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북한이 1년의 주요 행사에 광주와 관련된 기념일이 2개나 있다는 것이다.

광주 5·18은 우여곡절 끝에 1997년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고, 이와 관련 다양한 기념사업과 조사연구, 총서 발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학생독립운동은 유신체제에 저항을 낳게 한 정신적 뿌리라고 인식한 박정희 정권에 의해 '학생의 날’이 폐지되기도 하였다. 남북 분단체제하에서 북한지역이나 중국, 구소련 지역의 학생독립운동 관련 자료 정리나 연구 활동은 접근이 제한되었다. 다행히 2006년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어 국가차원의 기념을 치르고 있으나 5·18과 관련된 기념시설, 자료발굴과 총서 발간, 문화예술 활동과 비교하면 초라하기만 하다.

이제 5·18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광주학생독립운동에 대한 관심과 심층적 자료조사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다. 8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참가자들이 대부분 사망했고, 관련 자료들 역시 멸실 위기에 처해 있다. 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의 주요 도시에서 광주학생들의 저항에 대하여 동조하고 지지운동을 전개했던 자료들을 발굴하여 정리할 필요가 있다.

5·18이 아시아와 제3세계 민주주의 발전과 약소민족 민족해방운동의 모델이 되려면 우선 그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일제강점기 10대 학생들이 '바른 길’을 가기위해 희생했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2009년은 학생독립운동 80주년이 되는 해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 김재기교수

< 무등일보 2009. 5. 19(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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