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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떠나보내기 싫은 11년 지기 친구-정용기(52회)
작성자일고지기 작성일2009/05/27 16:09 조회수: 2,017


아직은 떠나보내기 싫은 11년 지기 친구










 정용기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 
 
 10년 이상 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으로서 요즘 별난 인사받기에 바쁘다. 조만간 새 차를 구경할지도 모르겠다는 선인사로부터, 어찌 알았는지 고객님... 운운하면서 전혀 모르는 자동차판매 대리점에서 안내전화까지 받은 적이 있다. 사실 세류에 조금 둔하여 정부에서 내놓은 노후차량 교체지원안에 대해 잘 알고 있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요즘엔 국산차도 성능이나 내구성 면에서 많이 좋아져서 10년이 지난 자동차라 하더라도 크게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여, 앞으로도 10년은 더 고락을 함께 하리라고 묵약을 하고 있던 터이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이긴 하지만, 오래된 자동차를 갖고 있으면서 괄시 보다는 나름 대접받는 분위기를 느껴본 것은 난생 처음 아닌가 싶다.
 11년 지기 친구를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은 아직 추호도 없지만, 인사 아닌 인사를 자주 받다 보니 그래도 내용은 조금 알고 있어야겠다 싶어 여기저기 탐문을 해 보았더니, 모 의원이 법안을 발제한 이후 지금까지도 인터넷 토론방은 열기가 식지 않은 듯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위기 국면을 타개할 묘안 찾기가 정치적으로도 필요했던 정부나 의회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고, 제살깎기 자구노력만으로는 꽁꽁 얼어붙은 소비자의 구매력을 유인하기에 턱없이 부족함을 알고 국민의 혈세 지원을 읍소한 경제5단체의 입장도 헤아리지 못할 바는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법안 내용이 굳게 닫힌 호주머니를 열어야 할 지원법안 혜택 대상자들의 표심을 얼마나 충실하게 배려하고 있느냐 하는 것과, 근본적인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자동차문화의 형성과 개선 노력이 반드시 선행되거나 수반되어야 함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큰 것이다.
 이번의 소위 노후차량 교체지원안은 머리 좋은 우리네 의원이나 정부 관료의 창의적 발상이라기보다는, 이미 독일이나 프랑스, 브라질 등에서 성공모델로 소개되었던 아이디어를 각색한 것에 다름 아니다. 정책입안에 있어서 다소 위험성이 따르는 전혀 새로운 발상이나 아이디어 보다는, 선행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법안제안을 위한 변명이나 그 성공가능성을 점치는 데는 더 모양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방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모방하더라도 최소한 원 모델보다 더 나은 점이 있어야 할 일이다. 최소한 독일의 신차구매지원정책은 철저하게 친환경 소형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배기가스규제 대응차량에 한정적으로 적용된 반면, 모방된 지원책은 도리어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 대형차가 혜택을 더 많이 받게 되어, 결과적으로 자동차업체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오해를 살 여지도 있어 아쉽다. 더구나 정부의 지원에 앞서 업계의 다양한 자구노력과 고질적인 노사관계의 선진화에 대한 강한 요청도 볼멘 네티즌들의 표심에 담겨져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본 지원안에 소형차 보다는 대형차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다. 혹자는 우리네 국민 정서상 대형차를 좋아하는 국민이라고들 이야기 하지만, 과연 누가, 그리고 무엇이 대형차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왔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소위 관련 법안을 심의하는 국회에 출입하는 차량에 친환경 소형차는 몇 대나 되는지? 원님들 외에도 우리나라의 교통환경 때문에 대형차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라면, 마땅히 국민의 혈세가 그러한 교통환경 개선을 위해 우선적으로 활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초보운전자 교통사고율 세계1위라는 불명예는 과연 누가 만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새로운 제도 시행으로 인해 누군가 국민 중 일부가 보다 많은 혜택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내수진작을 통한 산업활성화라는 목표가 꼭 달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제발 지금부터라도 당장 급한 발등의 불 먼저 끄고 보자는 식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하고 선진적인 교통문화 형성을 위한 법안 구상과 이를 위한 혈세 사용 관행이 하루 빨리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은 쓸만한 11년 지기 내 친구를 멀리 떠나보내는 생각을 잠시라도 하게 만들었던 새 법안이 조금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 광주매일신문 2009. 5. 27(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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