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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시대 - 우제길(36회) 미술관 관장
작성자일고지기 작성일2009/07/20 11:01 조회수: 1,909


캔버스 시대









인구 13만에 불과한 경상남도 통영에는 문화예술 부분에서 자랑할 수 있는 굵직한 인물들이 많다.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최근에 작고하신 토지의 박경리 선생과 더불어 시인 유치환, 그리고 전혁림 화백을 떠올릴 수 있다. 전혁림 화백은 일생동안 통영을 떠나지 않고 줄곧 고향을 지키면서 그곳만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향취를 바탕으로 독특한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이다.

오래전부터 전화백의 삶의 현장이 궁금했기에 통영을 찾은 적이 있다. 통영의 명소로 떠오른 탓일까. 터미널에서 전화백의 미술관까지 택시기사들의 친절한 안내는 남달랐다. 3층 높이, 150여 평의 조그만 미술관에는 아트샵과 함께 3개의 전시실이 구축되어 있고, 부대시설로 전화백의 숙소가 자리하고 있다.

또 빈번히 그곳을 찾는 이들을 위하여 전혁림 화백 평생의 자취를 기록한 자료들이 잘 정리되고 전시 진열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 화백의 작업실은 상상해보았던 기대와는 달리 비좁고 협소하였다. 작가로서 고된 삶을 살아야만 했던 진한 창작의 붓 자국들이 협소하기만 한 작업실 이곳저곳에서 수없이 묻어있었다.

전 화백은 60을 훌쩍 넘긴 나이까지도 작품 한 점 제대로 팔아보지 못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심한 가난의 긴 역경 속에서도 무수한 작품을 남겼고, 그만큼 후대들이 꿈꾸고 염원하는 찬란한 예술정신을 꽃 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흔다섯의 나이에도 붓을 놓지 않는 그 열정 앞에 탄성과 더불어 부러움이 앞섰다. 어쩌면 이 시대 아날로그 작가의 살아있는 본보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전히 현대미술의 번득이는 개념들이 판을 치는 시대이지만 작가에게는 작업의 양이 우선이라고 보기에 더욱 그러한 생각이 지배적이다.

전 화백의 대표 작품으로 부산시청 벽면에 자리한 가로 27m, 세로 14m의 대작 ‘한국의 풍물’을 들 수 있다. 작품의 크기가 그 예술성을 판가름하는 척도는 아닐 테지만, 대작을 소장할 수 있었던 부산광역시청의 기획력과 전 화백의 작품제작 역량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작업실을 지키는 화백의 아들 또한 중년(53세)의 나이를 넘기기까지 부친의 삶을 지켜보며 화가로서 성장한 아들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전 화백은 만년에 들어 그 예술 세계를 정리하고 작가의 꿈을 더욱 키울 수 있었다.

미술관에서 느꼈던 남다른 ‘화가의 체취’는 이러한 연유에서 기인한 것이라 본다. ‘아날로그’식 작업 방식의 강점은 작가의 감정과 체취, 정신적인 기운을 캔버스 위에 감정이 담긴 형체와 색채를 담아내는 일이다.

비디오 아트의 ‘고유명사’인 백남준은 1980년대 중반과 90년대 초반에 “현대의 경쟁은 소프트웨어의 경쟁이다” 라고 주장하였다. 캔버스 위가 아니라 TV모니터를 통하여 예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고 역설하였다.

백남준의 예언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언젠가는 캔버스가 사라지면서 캔버스 시대의 종말이 올려는 지도 모른다. 사람 냄새, 그리고 오일물감의 독특함이 물씬 베어있는 작품들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캔버스를 고수하는 평면작업은 부산한 현대미술 곳곳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표현 매체의 달라짐은 시대의 변화와 그 궤를 같이한다.

우리가 숨 쉬고 있는 광주에도 이러한 변화는 극명하다. 근래, 예술의 첨단매체로 각광받고 있는 LED 또한 적합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이런저런 국제적인 세파에 휘둘려 예향이라는 의미가 조금은 무색해진 광주이지만, 캔버스 시대의 상징적인 의미처럼 이 지역 화단을 일구어 온 윗세대 작가들은 그 존재 자체로 값지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젊은 작가들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작업은 시대를 대표해 온일 세대 작가들에 대한 섬세한 조명작업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명을 위한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그보다 먼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획력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아시아 문화중심 도시를 외치기 전에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점검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고루함을 이야기하기 전에 지금을 있게 한 원동력에 대해 깊이 사색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진정한 문화중심도시는 그 다음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우제길(36회) 미술관 관장>


< 광주일보 2009. 7. 2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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