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 정치와 김치:누가 탕평채를?
미국 예일대 세계화연구소 나얀 찬다(Nayan Chanda)는 '세계화, 전 지구적 통합의 역사'라는 저서에서 인류가 기원한 이래 수천 년에 걸친 세계화의 과정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세계화의 주역으로 무역상과 전사, 탐험가와 선교사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설명한다.
세계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도 콜럼버스라는 유대인 탐험가가 신대륙에서 매운 고추를 발견하였기 때문에 가능하게 되었다고 한다. 16세기까지 한국의 김치는 마늘과 배추를 기본 재료로 하는 맵지 않은 음식이었는데, 콜럼버스가 발견한 고추는 포르투갈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갔고, 한국인들은 별로 믿고 싶지 않겠지만 1592년 조선을 침략한 토요토미 히데요시와 그 전사들이 현재의 김치 모습을 만드는데 공헌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김치를 세계화하기 위한 '세계김치연구소’가 지난 16일 광주에 유치되었다. 세계김치연구소의 유치로 광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를 세계에 확산시키는 세계화의 첨병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김치연구소가 광주에 설립되면 생산유발 효과 4천660억 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4천849억 원 등 경제적 효과와 1만 6천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농림수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한식의 세계화’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김치이기 때문에 세계김치연구소가 광주·전남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김치를 세계 곳곳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예일대 나얀 찬다(Nayan Chanda)가 제시한 무역상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세계 180개국에 거주하고 있는 글로벌 한민족 무역상들이 그들이다. 글로벌 한민족 무역상인 한상(韓商)들은 거주국에 대한 시장정보와 다양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한상 중에는 한국 식품상과 한식당을 운영하는 분들도 많다. 지난 4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World-OKTA 수출상담회에 참가한 700여명의 한상들이 대표적인 글로벌 한상들이다. 이 행사기간 수출상담회를 통해 1천억 규모의 상담과 계약 성과를 얻었다. 이러한 한상들을 잘 관리하고 글로벌 차원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광주 김치의 세계시장 진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김치의 효능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 많다. 중국에서 사스가 발생하였을 때 김치를 먹는 한상들이 집거하는 지역에서는 거의 감염되지 않았었다. 현재 세계적으로 10만명 가까운 인구에 감염되며 400명 넘는 목숨을 앗아간 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한국에서는 유난히 맥을 못 추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김치'가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김치는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특정 물질이 인플루엔자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으며, 신종플루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식품연구원은 김치가 조류인플루엔자를 억제하는 효능을 확인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치가 널리 세계로 수출되어 지역 경제를 살리고,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능을 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세계화의 산물인 신종 전염병 예방에도 탁월한 기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파김치가 된 한국정치도 살렸으면 한다. 최근 미디어관계법 처리과정, 쌍용차 문제, 4대강 개발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조선시대 붕당(朋黨)간의 당쟁에 골머리를 앓았던 영조는 각 당파를 대표하는 중신을 불러 모아 술자리를 자주 했다고 하는데 안주로는 탕평채를 내놓았다고 한다. 메밀묵(노란색), 돼지고기(붉은색), 미나리(파란색), 김(검은색) 등 4색 식재료를 넣어 버무린 안주가 바로 탕평채다. 여기에는 서로 한 곳으로 치우치거나 반목하고 다투는 일을 끝내고 화합하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한국 김치에는 파란 배추, 하얀 소금, 노란 마늘과 생강, 붉은 고춧가루, 검은 깨, 심지어 적갈색의 젓갈까지 들어가 조화를 이루고 서로 상승작용읕 통해 발효라는 통합 효과를 내고 있다. 문제는 누가 탕평채를 만들고 초청할 것인가이다. 대통령인가? 국회의장인가? 아니면 헌법재판소장일까? 오바마는 최근 인종갈등으로 번질 뻔 했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하버드대 흑인교수 게이츠와 케임브리지시 백인 경찰 크롤리 경사를 초청하여 백악관에서 맥주 파티를 한다고 하는데 말이다.
김재기/59회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무등일보 2009. 7. 28(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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