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프리즘] 다문화 가정은 국제화 이끌 자산
다문화 가정이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국 사회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데 있다. 다문화 가정의 부인들은 우리나라 청년들과 결혼해 농촌을 지키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하지만 정작 가정을 꾸리고 나서는 생활수준이 낮은 데다 체계적으로 한국어를 배우지 않아 문화적 갈등을 겪고 있다. 더구나 가정에서 교육을 책임진 어머니들이면서도 자식들을 잘 돌보지 못해 그 자녀들마저 사회부적응 상태에 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남대병원은 지난 2월부터 다문화 가정의 안주인인 동남아 5개국 여성 10명을 홍보사절로 위촉하고, 매주 수요일마다 나라별로 돌아가면서 근무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7월부터는 11개국 15명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이들은 외롭게 입원해 있는 모국의 환자들에게 통역을 해주고 대화도 나누면서 안정을 취하도록 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이 홍보사절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동남아 출신 거주민들도 대학병원 접근이 용이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둘째, 가정과 농촌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 건전한 사회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찾아내도록 하자는 데에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 외국인에게 차별 없는 의료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인권 광주의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동남아를 대상으로 한 의료 국제화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실제로 이 병원 산부인과에서는 베트남어 책자를 발간해 베트남 임산부들이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이 되면 전남지역 농어촌학교 학생 가운데 25%가 다문화 가정 출신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성장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이며, 사회적 부담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반대로 그 어린이들이 한국어와 어머니 나라 말을 배우면서 제대로 성장한다면 한국 사회는 물론 어머니의 모국에도 기여하는 유능한 국제 인재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한국의 가정을 지키고 있는 다문화가정 어머니들에게 보다 많은 사회적 기회를 제공하고, 자식 교육에도 적극 나서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나아가 어머니들의 친척들에게까지 후원을 아까지 않음으로써 아시아 청소년들이 한국을 보면서 꿈과 희망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정부와 민간이 나서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우르는 ‘나눔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킬 때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도 지난 세월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이제는 우리가 보답에 나설 때다.
김성(47회) 광주 지역활성화연구소장
< 중앙일보 2009. 8. 1(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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