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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도리에서의 질의 응답 - 고현석(36회) 전 곡성군수
작성자일고지기 작성일2010/11/08 10:51 조회수: 2,042


이로도리에서의 질의 응답 - 고현석(36회) 전 곡성군수


  2010년 11월 08일(월) 00:00연초 서울대학교 장수과학최고지도자과정의 일본 연수에 참가하여 이로도리를 견학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로도리는 후쿠시마 현의 카미카츠 정에 있는 회사이다. 대다수가 칠순 노인인 산골마을이 요리장식용 나뭇잎을 팔아 아주 잘 산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신문과 방송에도 여러 번 소개된 바 있는데, 그 중심 고리가 이로도리다. 그리고 이로도리의 중심에는 요코이시 토모리 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카미카츠 농협의 영농지도원으로 부임하여 오늘의 이로도리를 일궈낸 장본인이다. 그가 지은 ‘기적의 나뭇잎 이로도리’가 지난해에 우리말로 번역되어 국내에서 출판된 바 있다.


  회사가 쉬는 주말임에도 우리 방문단을 위하여 요코이시 사장이 출근하여 직접 이로도리를 소개해 주었다. 연수단을 인솔한 서울의대 박상철 교수와 후쿠시마 대학 부총장의 깊은 인연으로 특별한 대접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열정적이고 감명 깊은 설명이야말로 진정 특별한 대접이었다.


  겨울이면 할 일이 없어 남자들은 술로, 여자들은 험담으로 소일하던 산골마을. 나뭇잎을 상품화하기까지의 실패담. 고령의 주민들을 위한 컴퓨터 교육 방법. 고령자들이 상품 생산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 상품배송. 그래서 그 유명한 빌 게이츠가 마을을 방문했다던가? 요코이시 사장은 현내에서 의료보험을 가장 적게 쓰는 카미카츠, 고령에도 역할이 있는 카미카츠가 고령사회로 치닫는 일본의 노인복지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지역이나 그 지역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자산을 찾아 상품화해서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진정한 인간적 복지가 실현된다는 데에 깊이 공감하였다.


  감격스런 소개가 끝나고 질의·응답이 있었다. 필자도 한 마디 끼어들었다. 지역의 자원을 발견해서 상품화한 이로도리의 사례가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는가? 특히 나뭇잎은 이로도리 말고도 일본 천지에 널려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하여 요코이시 사장은 단호한 어조로 즉각 답을 했다. “아니요. 일본의 농촌은 이미 인력자원이 고갈되어버려서 불이 붙질 않습니다.”


  다른 일행들에게는 필자의 질문이나 사장의 답변이나 범상했었겠지만, 그의 답변은 필자의 마음속에 남모르는 큰 파문을 일으켰었다. 비록 고유한 자원이 있다 하더라도 요코이시 사장과 같은 불쏘시개가 어디나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또 컴퓨터로 주문에 응하고 물류를 처리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므로 비록 원리를 깨닫는다 하더라도 현실에 실현하기는 쉽지 않을 터이다. 이처럼 뻔해 보이는 답변을 스스로 해보았었는데, 실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도 아주 강한 어조로 인력의 고갈을 지적한단 말인가? 필자에게도 일본 농촌의 형편이 짐작은 가는 터였지만, 요코이시 사장의 어쩌면 자조적으로 내뱉는 듯한 답변에서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의 농촌에는 이미 불쏘시개는 물론이고 쏘시개로 불을 붙여도 탈 장작마저도 없다는 한탄으로 느껴지면서, 더 이상 질문할 엄두를 못 낸 채 순간적으로 곡성군의 여러 얼굴들이 뇌리를 스쳤다. 농업경영인들, 청년회원들, 청년회의소 회원들, 젊은 학부모들, 여러 여성단체 회원들, 모두가 더 나은 삶을 향해 무척이나 애 쓰고 있다. 여기에 출세한 자녀들의 권유를 마다하고 고향을 지키며 사는 지역사회의 어른들. 어쩌면 일본의 농촌보다 우리나라의 상황이 훨씬 나을 것 같다.


  아직은 나은 듯싶은데 언제까지 버틸 것인가? 이들이 돌아가시고 떠나가기 전에 어떻게든 활력이 넘치는 농촌지역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할 터인데 하는 안타까움, 지금부터라도 국가와 국민의 뜻을 모으면, 요코이시 사장이 꿈꾸는 고령사회의 인간적 복지, 나이 들어도 늘 역할이 있어서 당당한 노인복지를 우리나라가 먼저 실현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과 소망이 범벅이 되었었다.


  지난달에 이로도리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내각부·지역사회고용창조사업의 실시주체로서 여러 가지 활동을 소개해 왔다. 그 가운데 ‘후쿠시마의 지역소재와 사람의 가교가 되다’라는 요코이시 사장의 강연 제목이 특히 눈에 띄었다. 일본 농촌의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지역자원과 주민의 가교가 될 사람을 양성하고자 무던히도 애쓰는 그의 열정이 읽혀졌다. 21세기 고령사회의 진정한 인간적 복지를 실현하는 수단과 방법으로서의 농촌개발이라는 자부심이 그의 열정을 계속 불태우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찬사를 보내면서, 필자 자신의 열정을 다그쳤다.


  < 광주일보 2010. 11. 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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