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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자리와 자녀교육 - 고현석(36회) 전 곡성군수
작성자일고지기
작성일2010/12/06 10:22
조회수: 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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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와 자녀교육 지방자치를 두고 ‘발로하는 투표’라는 말이 있다. 주거이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국가에서는 살기 좋은 고장으로 얼마든지 이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구의 유입과 유출이야말로 그 지방정부를 평가하는 총체적인 지표라는 뜻일 것이다. 필자는 낙후된 전라도 농촌의 군수로서 지역 발전에 열과 성을 다 했지만 ‘발로하는 투표’에서 실망스런 평가를 받곤 늘 씁쓸했었다. 곡성군수가 되어 청년들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한 청년이 농촌에 소득기회가 없어 인구가 감소하니 어떻게든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에 힘써 달라고 강조하였다. 모두가 공감하는 눈치였고, 너무나 당연한 요청이었다. 그런데 군수가 일을 잘 해서 돈을 잘 벌게 해주면 곡성에서 계속 살 것인지가 문득 궁금했고 다짐을 받고 싶기도 해서 물었다. 청년은 한 순간 망설이더니 아이들 교육 때문에 광주로 나가야 할 것 같다면서 민망스러워 했다. 유감스럽게도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이촌향도(離村向都)의 제일 큰 요인이었던 일자리와 소득이 자녀교육에 그 자리를 내어준 것으로 밝혀진 지 이미 오래며,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위장전입도 불사하지 않던가? 자녀교육문제를 핑계로 일자리와 소득을 등한히 할 수는 없지만, 이를 풀지 않고는 농촌의 인구유출을 막을 방도가 없다. 전라도 농촌에서는 소득을 높여주면 더 빨리 인구가 유출된다는 역설이 실감 되는 상황이다. 어찌할 것인가? 매사가 그렇듯이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과 현행 제도 안에서 자구적인 노력을 병행하는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는 생각이다. 필자는 곡성군의 학부모 의견과 전문가의 자문을 토대로 제7차 교육과정의 정상적 교육이 가능한 적정규모학교를 만드는 자구적 노력에 나섰다. 이를 위한 학교통폐합에 많은 진통이 있었지만, 교육부가 학교를 현대적으로 새로 지어주는 조건으로 학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데에 합의하였다. 70회 가까운 주민회합을 가진 끝에 이끌어낸 합의였다. 당시 교육부는 곡성군민들의 합의를 불가능한 일로 보았다가 실제로 확인이 되자 대한민국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혁명적 사건이라면서 학교 신축시설비로 609억 원의 특별 지원을 결행하였다. 2003년도의 일이다. 특혜시비가 일어나자 같은 조건으로 전국에 공모를 했었지만 어느 곳도 지역사회의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고 들었다. 아무리 교육시설이 좋아도 이는 수단일 뿐이다. 곡성의 군민들이 광주로 이사 가지 않고 자제를 곡성의 학교에 보낼 마음을 먹도록 하려면 실제의 입시제도에 비추어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였다. 장학금, 기숙사, 학원운영 등 자녀교육지원사업에 24억 원 가까운 예산을 세운 것으로 기억된다. 마침 신활력사업이라는 것이 생겼기에 이를 전액 자녀교육에 쓰고자 했었는데, 제동이 걸렸었다. 자녀교육 문제의 해결이야말로 있는 활력을 지켜낼 뿐만 아니라 새로운 활력을 창출하는 지름길이 된다는 항변을 하고서야, 그 절반을 교육지원에 쓰는 선에서 타협할 수 있었다. 세월이 걸리겠지만, 곡성에서 자녀교육이 가능하다고 알려지는 날에는 기업들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와 일자리가 생겨날 것임을 멀리 내다보고, 부족한 예산은 군비로 충당하였다. 자녀교육 지원사업의 내용과 방법을 두고 여러 가지 논란들이 많았지만, 묵묵히 학부모와 학생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효과가 큰 사업에 주력하였다. 돈은 군이 대지만 행동은 학교의 몫이므로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추고, 간곡히 당부했다. 그 성과를 기초로 조례로써 제도화할 속셈이었는데, 그럴 기회를 갖지는 못한 채 군수자리를 물러나게 되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곡성의 고등학교가 명문으로 발돋움했다고 하니 고맙고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이대로 굳힌다면, 우선 젊은 인구의 유출을 막고, 나아가 곡성에 직장을 두고 광주에서 통근하는 사람들이 곡성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어 본다. 그런데 안정된 제도로 뒷받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불안하기도 하다. 꾸준히 굳힐 수 있기를 마음 깊이 소망한다. 농촌의 자녀교육 문제가 어찌 자구적 노력만으로 해결되겠는가? 2008학년도부터 시행하기로 예고되었던 수능의 등급화는 농촌 교육을 살리고 대한민국의 교육에 건강성을 불어넣을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시행 한번 못해보고 철회해 버린 교육정책에 몹시 화가 치민다. 이런 국가적 제도개선의 효과에 비하면 지방정부의 자구노력이란 그 효과가 미미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자녀교육은 제도만을 탓하면서 포기해버릴 수는 없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며, 그래서 꾸준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고현석(36회) 전 곡성군수 < 광주일보 2010년 12월 06일(월) >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