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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한(雪寒)속 매화에서 교육을 본다 - 김장환(31회) 전 전라남도 교육감
작성자일고지기 작성일2012/02/21 09:51 조회수: 709


설한(雪寒)속 매화에서 교육을 본다


  한겨울의 추위 속에서 들려오는 매화꽃 소식은 늘 반갑기만 하다. 고아한 자태가 일품이기도 하려니와 봄에 대한 기대를 세삼 일깨워 주니 매화는 누구에게나 칭송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예로부터 시인 묵객들은 이를 설중군자(雪中君子) 혹은 보춘화(報春花)라 부르며 세한삼우(歲寒三友)의 으뜸으로 삼았다. 격조 높은 자태와 향기, 신산(辛酸)을 이겨내는 인내, 그리고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온화함이야말로 매화를 지고의 표상으로 여길 만한 덕목이었던 것이다.


  조선 세종 때 시서화 3절(三絶)로 불린 강희안은 꽃을 정일품에서 정구품까지 구분하고 국화·연꽃과 더불어 매화를 정일품으로 칭했다고 한다. 우리 조상은 꽃의 화사함 보다는 품격을 더 중시했던 것이다.


  불사이군(不事二君)의 대명사인 목은 이색, 성리학 대가인 퇴계 이황, 일제강점기의 지사였던 한용운과 이육사 등도 매화의 고절(高節)과 아취(雅趣)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던 사람들이다. 이렇듯 우리 선인들은 매화를 일개 물상으로 여기지 않고 정신문화의 차원으로까지 이끌어 올렸다.


  윌리엄 세익스피어는 “꽃에 향기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품격이 있다”고 하였다. 격이란 원래 각각의 나무판자가 ‘뒤틀림 없이 맞추어진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사람의 품격은 곧고 바르며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씨와 행동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교육도 사람다운 품성을 갖추도록 돕고 이끄는 일이다. 그리고 그 근본은 성김과 사랑, 감사와 배려의 마음을 실천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와 스승을 공경하고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도록 가르치는 것은 변할 수 없는 교육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


  요즈음 시대에서는 무엇보다도, 나와는 다른 문화와 사람을 품을 줄 아는 포용력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즉 세계인으로서의 가져야 할 양식과 올바른 가치관이 사람의 품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그러기에 품격은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과 사상을 통해 조금씩 쌓아 올리는 것이다. 훌륭한 사상은 훌륭한 인격에 담긴다. 작은 그릇에는 작은 음식밖에 담기지 않는 것이다.


  시인 홍경로는 매화를 보며 “천만 섬의 향기를 간직하여 천하의 봄을 먼저 피우네(儲萬斛香 先天下春)” 라고 노래하였다. 매화의 예지와 선도자적 모습을 예찬한 대목이다. 한겨울 삭풍을 꿋꿋하게 이겨내며 생명을 틔우는 매화야말로 내일의 희망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지사의 풍모에 비길 만하다.


  헨리 반 다이크는 ‘무명교사 예찬’에서 “그가 켜는 수많은 촛불, 그 빛은 후일에 되돌아 그를 기쁘게 할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그가 받는 보상이다”라고 하였다.


  변화 불측의 이 시대에 산간오지를 마다하지 않고 초일심으로 사도의 길을 걷고 있는 교사들이 우리 주위에는 아주 많다. 그 분들이야말로 벽지에서 세계를 지향하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 풍요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희망의 전령사라 아니 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학교폭력도 결국은 교육대도를 걷고 있는 교사들의 열과 성을 다하는 학생 지도로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교사들이 학생지도에 희생과 봉사 정신으로 임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과 교육풍토 조성이 절대적인 요인이다.


  교육은 정치논리나 물리적 수단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대목이 있다. 그것은 교육 논리로 풀어야 한다. 학생의 인권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인간적 사랑과 공경심을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다. 사회적으로 올바르게 상호작용하는 방법, 그리고 교원 권위를 존중하는 자세를 길러 주는 것이 교육에 기초가 되어야한다.


  가장 품격 있는 교육은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교육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여 꼼꼼하게 준비해 나갈 때 가능한 것이다. 준비는 변화에 대한 바른 인식을 전제로 한다. 교육도 많은 분야에서 개혁되어야 한다. 다만, 점진적 변화와 단계적 성장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인내와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 또한, 교육에서는 감미로운 진보의 이상도, 고달픈 보수의 현실도 다 함께해야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지식을 안다)도 하고 여시구진(與時俱進-시대 흐름에 맞추어 새롭게 변화해 나간다)도 해야 한다.


  오동나무는 천년을 묵어도 변함없이 거문고의 소리를 간직하고, 매화는 평생을 추위 속에 살아도 향기를 팔아 안락함을 구하지 않는다(桐千年老恒藏曲 梅一世寒不賣香)는 말이 있다. 교직자의 길이 비록 힘든 것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품격을 높여가는 출람지재(出藍之才)를 기르고,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으로 모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백년대계의 가치는 무궁토록 지속될 것이다.


  이제 새 학기를 앞두고 있다, 봄을 예고하는 화신이 언제나 반갑고 가슴 벅찬 것처럼, 올해 한 해의 다짐과 포부가 매화의 향기처럼 환하게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 김장환(31회) 전 전라남도 교육감


  < 광주일보 2012년 02월 21일(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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