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소에 담긴 우리네 질곡의 역사
황영성(34회) 초대전 ‘소의 침묵’ 26일부터 서울 현대화랑
소·시화·가족이야기 시리즈 35점 선봬
80년대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한자리에
작품 앞에 선 황영성 화백. /작가 제공
우리네 역사 속 ‘소’는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또 하나의 가족 구성원이었다. 소는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아들, 딸을 시집, 장가보낼 때 든든한 밑천이 돼 줬다. 우리 민족의 과거 모습과 특히 닮은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소’를 주제로 한 전시가 마련된다.
광주지역 원로이자 한국 구상화단의 거장인 황영성(77) 화백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현대화랑에서 개인초대전을 갖는다. 오는 26일부터 한달간 ‘소의 침묵’을 주제로 열리는 전시가 바로 그것이다. 1960년대 개관한 현대화랑은 우리나라 최초의 화랑으로, 황 화백은 1996년 첫 전람회를 가진 후 어느덧 현대화랑에서만 네 번째 전시를 연다.
전시에선 지난 30여년간 황 화백의 화업을 조망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검은 소를 주제로 한 ‘소의 침묵’ 작품부터 격자무늬 속에 한시(漢詩)와 한글시를 채워 넣은 ‘시화’ 작품, ‘가족이야기’, ‘계절이야기’ 등 황 화백이 천착해 온 다양한 시리즈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소의 침묵’은 1970년대 농촌 풍경을 떠올리며 그린 회색 톤이 대부분이며, ‘계절이야기’는 화려한 색조가 인상적이다. 또한 ‘가족이야기’는 기호화된 인물들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이태백의 장진주’, ‘조조의 단행가’의 한자와 ‘나태주의 풀꽃’, ‘정지용의 호수’ 등 한글을 ‘문자-형상’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시화’ 작품이다.
각 시리즈마다 작품을 엄선해 현대화랑 내 3개 전시실에서 35점을 선보일 예정이며, 1980년대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시에 앞서 황 화백은 “‘검은 소’, ‘시화’, ‘가족이야기’ 시리즈 등 살아오면서 내면에 쌓인 이야기들을 그림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며 “이번 전시에선 깊게 숨겨진 소의 침묵, 즉 내 이야기를 통해 굴곡진 시대를 살아온 궤적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황영성 화백은 1968년 조선대 대학원 미술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지난 50여년간 국내는 물론 프랑스, 런던, 벨기에, 네덜란드, 이태리 등 유럽과 뉴욕 등 미국에서 전시를 열며 세계 작가 반열에 올랐다. 조선대 미술대학 교수, 학장, 부총장과 광주시립미술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조선대 미술대학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다.(전시 문의 02-2287-3591)
< 광주매일신문 2018. 04.2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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