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47회)의 관풍(觀風)>
'정책 뒤엎기' 공약보다는 '업그레이드' 공약으로 안정감 줘야
- 우리에겐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가 (4)
오는 3월 9일 실시되는 20대 대통령 선거는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여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이 된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선거이다. 국내적으로는 비호감도가 높은 거대 양당 후보 2명과, 하자는 없지만 지지도가 낮은 작은 정당 후보자 2명 가운데서 차기 대통령을 뽑는 일이다. 국제적으로는 수출이 주 성장수단인 우리 형편에서 불안한 국제경제와 미-중 갈등의 위기를 헤쳐 나갈 인물을 결정해야 하는 선거이다. 선거운동방식도 모바일과 유튜브를 통한 것이 대세가 되었다.
‘국민 외면’ 경험한 거대 兩黨, 무엇을 반성하고 개혁했나
그런데 선거에 앞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 본다. 각 정당이 그동안 어떤 개혁을 해 왔는지 먼저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집권당이다. 국민은 지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출신을 압도적으로 밀어주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요구한 개혁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해 지난해 4·7보궐선거에서 크게 패했고, 지금도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재창출’을 훨씬 상회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20대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무엇을 반성하고 어떤 개혁을 해왔는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 탄핵 이후 3대 선거에서 처참하게 패하였다. 당의 이름도 ‘새누리당’에서 ‘미래한국당’과 ‘국민의힘’으로 두 번씩 바꿨다. 그러나 당명 변경으로 개혁이 된 것은 아니다. ‘보수(保守)’도 좋은 전통을 지켜나가면서 혁신을 해야한다. 그런데도 부정부패 정치인들이 끊이지 않고, 심지어는 자기 손으로 통과시킨 법을 위반하는 경우도 방치하고 있다. 5·18 관련법이 그러하다.
윤석열 후보는 검찰 개혁을 하라고 현 정권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두차례나 승진시킨 인물이다. 그런데 임기 중 이를 박차고 나와 제 1야당인 국민의힘을 택해 대통령에 출마했다. 그러므로 윤 후보는 자신이 지향할 정치철학을 밝히고, 소속 정당 개혁방향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수도권 표얻기’가 공약의 중심 … ‘지역회생’ 약속은 둘러리?
후보자들의 발언 가운데에는 대안(代案) 없는 과장된 말이나 표를 얻기 위한 교언영색(巧言令色)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보자. 이재명 후보는 “서울의 용적율을 500%까지 올리겠다”고 했고, 윤석열 후보는 “수도권의 GTX 노선을 연장하겠다”고 했다. 두 후보는 지방을 돌면서도 “지방의 특색에 맞는 산업을 적극 지원하여 지역소멸을 막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모순된 약속이다. 수도권을 후보들 말대로 하면 그 편리성 때문에 인구가 더욱 집중한다. 아무리 많은 돈을 퍼부어도 주택·교육·교통·환경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젊은이들이 더욱 집중돼 지방은 더 빨리 고령화된다. 지방에 특색산업을 키운다고 한들 4차산업이 아니면 현장에서 일할 인력도 없다. 지난 수십 년간 정치인들은 지방을 돌며 이렇게 뻥튀기만 하는 바람에 2040년대에는 지방의 시군 105개가 소멸될 위기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후보들은 구식 케케묵은 소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후보들은 이제 더 솔직해져야 한다. 수도권에 대해서는 ‘확장’보다는 현 상태에서 ‘안정화’에 중점을 두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4차산업은 20년간 한시적으로 비수도권에만 허용하겠다고 공약해야 한다. 지방은 주택이나 환경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교육·문화적 환경만 업그레이드하면 된다. 예산도 아낄 수 있다. 결단이 필요하다.
‘병사 월급 200만원’ 보다 군대 환경 개선이 더 중요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도 ‘꼰대’ 후보들의 웃기는 이야기이다. 젊은이들이 군대를 기피하는 이유는 고된 훈련과 비인간적인 병영생활, ‘2년여에 가까운 일상으로부터의 단절’ 때문이다. 따라서 군사훈련의 과학화나 복무환경의 개선, 군복무 중에라도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여건 마련 등이 더 필요하다.
지난 1961년 이후 우리나라 대통령 가운데 군 경력이 없는 사람은 이명박·박근혜 2명뿐이다. 김영삼·김대중도 병역에 준하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공교롭게 군대를 가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가난 때문에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일하다가 팔을 다쳐서 면제를 받았다. 윤석열 후보는 대학 재학 중 부동시(不同視) 판정을 받아 면제됐다. 부동시는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의 굴절도가 다른 것을 말하는데, 두 눈을 완전히 교정한 안경을 쓰더라도 안정피로(眼精疲勞)를 일으켜 안경도 오래 쓰지 못할 수 있다고 사전에 나와 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정상처럼 보였고, 안경을 쓴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젊은이들이 군대를 가지 않는 것을 ‘행운’으로 여기는 풍조는 왜일까? 고된 군사훈련이나 집단생활을 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의 생계유지를 책임져야 한다거나, 국위를 높인 것도 아니면서 특권층·부유층 자제 가운데 군대를 가지 않은 젊은이가 적지 않다 보니 수치(羞恥)가 아니라 행운으로 여기는 잘못된 풍조가 생긴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자기만 병역의무(군의관)를 마쳤다고 자랑하는 것도 우리나라 병역의무 제도의 허점을 꼬집은 것이었다.
대통령은 법에 따라 젊은이들을 군에 보내야 하는 법률적 위치에 있다. 따라서 군대에 가지 않은 자신부터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고 유권자들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방자치·복지·5·18 등 改憲 절실, 후보들 함께 나서야
이번 선거에서 보이는 또 다른 특징은 윤석열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이재명 후보가 “당장에 추진하자”고 적극 받아치고 나서는 모습이었다. 과거에는 공약들이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 전제되었으나 이번에는 그런 현상이 바뀐 것이다. 물론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긴급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긴 했지만 상대당의 정책을 수용하는 정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영국 노동당의 38세 정치인 토니 블레어는 보수당의 정책을 차용(借用)하여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수상을 지냈다.
우리도 다행히 두 후보의 생각이 같은 것이 있다. 헌법 전문(前文)에 5·18을 포함시키자는 주장이다. 대통령 임기를 포함해 지방자치, 복지 등 시대에 맞지 않는 현재의 헌법 조항들을 개정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는 이미 이루어졌다. 그래 2018년에 정부가 개헌을 시도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여 이번에는 후보들이 모두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공약을 하고 선거 이후 실천함으로써 국민통합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진보’‘보수’ 의미 희석돼 … ‘내실’‘신뢰’가 선택 가를 것
여당과 야당은 자기들끼리는 “진보세력” “보수세력”이라고 편을 가르고 있지만 국민의 눈에는 도긴개긴이다. “진보세력이 집권하면 공산화된다”고 공격했지만 민주당이 집권한 동안 국가의 경제는 지속적으로 발전하였다. 대신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때인 2018년 말 소득 30,000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로 세계 ‘30-50클럽’에 7번째로 진입한 국가가 됐다. ‘先발전 後분배’를 주장하는 ‘보수세력’이 집권하면 양극화가 심해질 거라는 예단도 맞지 않을 수 있다. 분배를 포함한 ‘복지’는 오늘날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핵심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세계 5위국가를 지향하겠다면서 또 한 번 국민의 땀을 요구했고, 윤석열 후보는 자기가 몸담았던 문재인 정부를 “나쁜 정부”라고 비판하며 나라를 뒤엎을 듯한 정치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더 현명하다. 세계 5위국이 아니라 10위권에 걸맞는 ‘내실있는 국가’를 바라고 있다. 정책 뒤엎기보다는 ‘업그레이드’된 정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문제는 ‘내실’과 ‘신뢰’이다. 이런 안정성 있는 후보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 스포츠 한국 2022. 1. 19(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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