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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47회)의 관풍(觀風)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르쳐 준 안보교훈
작성자운영자 작성일2022/04/01 09:14 조회수: 1,260

<김성(47회)의 관풍(觀風)>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르쳐 준 안보교훈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전황이 길어질 것 같다. 피난을 가기 위한 긴 자동차 행렬, 텅 빈 마트의 진열대, 거리에 널려진 건물과 미사일의 잔해들, 그리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폭발음과 러시아 전폭기와 질주하는 탱크들. 언론은 미군과 나토가 지원해줄 것이라고 연일 보도했지만 실제로 싸워줄 병력은 파견하지 않아 실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외로운 투쟁을 계속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걸프전, 전쟁의 참혹함 실감
  
필자는 1991년 1월 걸프전 때 이스라엘 현장에 있었다. 소수의 신문 특파원과 교민 외에는  참화 현장을 직접 목격한 한국 사람은 없었다. 검열받은 제한된 영상만 보았을 뿐이다. 피폭현장들을 정치지도자가 직접 보았더라면 지금처럼 함부로 거친 말을 늘어놓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안보관’은 남북한 간의 적대관계만 중요시했지 복잡다단한 국제관계, 경제·사회·심리에 미치는 영향 등은 소홀히 하고 있다. 따라서 참혹한 현장의 모습을 꼭 알아야 한다. 
걸프전은 이라크가 1990년 8월 쿠웨이트를 기습 점령하면서 시작됐다.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다국적군을 조직하여 1991년 1월 17일 이라크를 공격했다. 그러자 이라크는 이슬람국가들에겐 공동의 적인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쏘면서 전쟁의 지지를 얻어내려 했다. 이스라엘 수도인 텔아비브(당시)의 하늘에서는 밤마다 이라크가 쏜 스커드 미사일을 미국이 제공한 방어용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요격하느라 천둥소리가 났다. 그러나 당시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명중률은 40%에 불과했었다. 스커드 미사일이 떨어진 주택가에는 직경 50m의 구덩이가 파이고, 반경 200m 이내의 창문틀이나 유리창은 뒤틀리거나 깨졌다. 대단한 위력이었다. 피폭 지점과 사상자 수는 보도를 통제했다. 이라크는 더 나아가 생화학탄을 쏘겠다고 협박했다. 그런데 생화학탄으로 전환이 가능한 비료공장을 독일이 지어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제 2의 유태인 학살”이라는 국제적 여론이 일었다. 독일은 부랴부랴 이스라엘에 방독면을 제공했다. 이스라엘 4백만 국민이 독일제 방독면을 쓰게 됐다. 필자도 얻어썼다. 병주고 약주는 격이었다. 

강인한 이스라엘 국민도 전쟁이 길어지자 불안 노출

이스라엘 국민들은 전쟁경험이 많아 초기에는 미사일 공격을 잘 견디어 냈다. 자동차에 대형 이스라엘 국기를 달고 다니며 서로를 격려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생화학탄에 대한 두려움으로 방독면공포증(maskophobia)이라는 유행어가 생겨났다. 예루살렘은 이슬람교도에게도 성지(聖地)여서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았다. 하여 오후가 되면 예루살렘으로 피난가는 국민이 늘어났다. 교외에서 채소 등 농산물 반입이 줄어들면서 물가가 치솟고, 가게에서는 바가지 요금이 판쳤다. 인심도 각박해졌다. 석유값이 오르고 항공노선이 엉망이 됐다. 다행히 최신형 무기들이 동원된 다국적군의 우세한 공격으로 2월 28일 이라크가 져서 망정이지 전쟁이 길어졌더라면 수많은 사회문제가 터졌을 것이다.  
걸프전은 세계 전쟁사(史)에서 처음으로 벌어진 전자전이자 미사일전이고 여론전이었다. 세계인들은 미사일 탄두에 장착된 카메라가 중계하는 전쟁상황을 오락하는 것처럼 보게 됐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오늘날 전쟁은 어떻게 발전하였을까? 전쟁 초기에 상대국의 통신과 레이더를 무력화하는 전자전과 미사일전은 일반화됐고, 국제적 지지를 얻기 위한 외교전·여론전도 중요해졌다. 여기에다 인명피해를 줄이려고 위성과 드론, 로보트가 전쟁의 주역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걸프전 이전에 이스라엘은 이라크와 전쟁상태 관계까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당했다. 다행히 석유위기를 걱정해 서방국가들이 서둘러 개입해 전쟁을 종식시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이 구 소련의 영토를 복원하겠다는 야욕 때문에 일어났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이해관계가 크지 않아 “지켜주겠다”던 당초 약속을 저버리고 전투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과거 소련연방이었던 같은 처지의 주변국들이 우크라이나 항전에 동조하느냐가 앞으로 확전을 결정짓는 관심거리가 될 것이다.   

과거 蘇연방 주변국들, ‘우’항전 同調 여부가 확전 결정

  우리의 남북관계는 다른 국제분쟁과 차이가 있다. 대한민국은 점진적인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반면, 북한정권은 김씨 왕조의 지속적인 유지가 목적이다. 양측 모두 ‘통일’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지만 상황이 변했을 때 한 편의 소멸이 불가피해 항구적인 화해가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북한의 김정은은 권력 유지와 인민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한반도에 끊임없이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남북한기본합의서, 6·15선언(연방제 포함),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남북-북미정상회담 등 평화유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그런 와중에도 “서울 불바다” 발언,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핵 실험 및 ICBM 발사 등으로 긴장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우리의 안보상황은 국제관계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북한 미사일에 대비해 한국에 미국의 사드(THAAD)가 배치되자 중국이 경제적 압박을 무지막지하게 가해왔다. 미처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중국-대만간 분쟁이 커져 미국이 주한미군을 빼내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로 1949년 한반도 주둔 미군이 철수하여 힘의 공백이 생기자 북한은 6·25 한국전쟁을 일으켰다. 이것은 군사력보다 국제관계의 문제였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는 한 우리가 군사력을 보강해나가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전술적 과제’이다. 지정학적 여건도 받아들여야 한다. 

예측불허 국제관계 … 지도자는 항상 ‘전략적 과제’ 생각해야

더 신경 써야 할 일은 국제관계이다. 오늘날은 마주보고 싸우는 게 아니라 어디에서 장거리 미사일이 날아올지 모르고, 외교적으로도 뒤통수를 맞으면 순식간에 위기가 찾아오는 예측불허의 시대이다. 따라서 국가안보를 책임진 대통령은 전술적 문제보다 4대국 보장 등 국제 외교가 포함된 ‘전략적 과제’를 항상 머리에 담고 있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북한의 핵 으름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한반도에 ‘불안’요인이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오해할 수 있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나 주변 4대국을 자극하는 무책임한 발언은 삼가야 한다. 우리는 세계 10위의 선진국을 애써 이뤘다. 이제는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는 외교적 역량을 갖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김성(시사평론가)

< 스포츠한국 2022.0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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