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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47회)의 관풍(觀風) - 기초의회가 한 정당의 ‘당무회의장’이 되지 않으려면
작성자운영자 작성일2022/04/01 09:26 조회수: 113

<김성(47회)의 관풍(觀風)> - 기초의회가 한 정당의 ‘당무회의장’이 되지 않으려면

오늘로 6·1 지방선거가 61일 남았다. 그러나 지방선거에 적용할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하여 유권자인 지역 주민들은 광역자치단체장 출마자만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 누가 우리 지역에서 시장·군수나 광역의원, 기초의원으로 출마하는지도 모르고 무관심해 있다.

지방선거 60일 남겨놓고 ‘룰’ 못 정해
 
이유는 이렇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초의회가 다당제(多黨制)로 가기 위해서는 3인 이상을 선출하는 선거구를 2인 선출로 쪼개는 것을 막는 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상대당인 국민의힘은 기초의회는 논의되지 않았으니 그대로 놔두고 헌법재판소가 시정을 판결한 광역선거구를 개편하는 것부터 하자며 국회에서 줄다리기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지방선거구를 획정하는 개편시한은 지난해 12월 1일이었다. 그런데 대선 때문에 계속 늦어지자 행정자치부가 국회에 3월 18일까지 끝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넘기고 말았다. 선거를 두 달 앞두고 룰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방의회, 특히 시·군·구 주민의 의사를 결정하는 기초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공간이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집행부를 감시하고 조례를 제정하는 일이지만 이 공간은 여러 의견을 가지고 토론과 협상을 하면서 의사가 결정되는 생활정치의 현장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지방의회는 그렇지 못한 곳이 너무 많았다. 대부분의 기초의회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 당원들로 채워져 있고 그 밖의 정당이나 무소속 의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여 주민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초의회는 1952년부터 실시되다가 1961년 5·16쿠데타와 함께 중단됐다. 1991년부터 다시 시작된 후 2006년 4회 지방선거 때부터 정당표시가 허용되었다. 그런데 너무 많은 기초의회가 같은 정당 소속 의원들이 정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여 문제가 된 것이다. 국회에서 한 정당의 의석수가 3분의 2 이상이면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절대적인 숫자이다. 기초의회에서도 3분의 2 이상이면 지방자치단체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조례의 제·개정은 물론 예산도 마음대로 통과시킬 수 있다. 여기에 기초단체장과 같은 정당 소속이라면 무엇이나 짝짜꿍할 수 있다. 차라리 한 정당의 당무회의장(黨務會議場)이나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나머지 3분의 1도 안되는 그 밖의 의원들의 의결권은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점에서 한 정당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말썽 빚은 예천군의회 78%, 화순군의회 100% 같은 당 소속

한 정당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가지면서 생기는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18년 해외연수 중 현지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 접대부를 불러 달라고 한 의혹이 불거져 말썽이 됐던 경북 예천군의회는  당시 자유한국당 당원 7명(77.8%), 무소속 2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남 화순군의회는 막무가내 의사결정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화순군의회는 원래 정해져 있던 조례를 2000년 개정하면서 민가로부터 더 가까운 곳까지 풍력발전기를 세울 수 있도록 해 주민 건강을 위협하게 됐다. 그러자 분노한 군민들이 원래 정해진 대로 조례를 되돌려달라고 조례개정안을 청구했으나 올 3월까지도 의사결정을 미루고 있다. 해당 상임위원회 의원 가운데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려는 업체와 관련이 있는 기초의원이 있다, 불출마를 선언한 군수가 임기 말에 사업을 허가하도록 지연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등 갖가지 설이 나돌고 있다. 화순군의회는 더불어민주당 당원이 전체 의석 10석을 100% 독차지 하고 있다.

이밖에도 많은 기초의회 의원들이 부정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거나 형사처벌을 받고 있다. 기초의원들의 상호감시 기능이 떨어지고 같은 당 소속이라고 봐주기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초의회 스스로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개선하는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절대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같은 당이 2/3 이상 의석 차지한 기초의회가 34%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하고 있는 통계를 분석해 보면 여실히 증명된다. 4회 지방선거(2006년)에서 146개 기초의회가 같은 정당 소속 의원들이 정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비례대표는 제외) 한나라당이 122곳, 열린우리당+민주당이 24곳에서 기초의회를 장악하였으며, 같은 당 소속 당원이 기초의회 의석을 100% 차지한 곳도 16곳이 있었다. 지역별로는 부산 4, 대구 4, 경기 2, 전남 2, 경북 1, 경남 1곳이었다. 5회 지방선거(2010년) 때는 양대 정당이 85곳(전체 기초의회의 34.6%)을 차지했는데 한나라당이 51, 민주당이 34곳이었다. 6회 지방선거(2014년)에서는 109곳(전체 기초의회의 44.3%)으로 새누리당이 69, 새정치민주연합이 40곳을 차지했다. 가장 최근인 7회(2018년)때는 87곳(전체 기초의회의 34.7%)을 양대 정당이 장악했는데 더불어민주당 74곳, 자유한국당이 13곳으로 역전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1년 뒤였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은 듯 하다. 이때도 3곳은 한 정당이 싹쓸이하는 기초의회가 됐다.

지역별로 볼 때 서울특별시 경우는 4회 때 10개 기초의회를 양대 정당이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한 반면 7회 때는 3곳으로 줄어들었다. 4회 때는 기초의회 의원 선거에 정당 공천이 처음 적용된 때문인지 광역자치단체별로 볼 때 양대 정당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곳이 많았다.(3분의 2이상 의석을 차지한 기초의회 수/ 총 기초의회 수) 부산(15/16), 대구(8/8), 인천(5/10), 울산(3/5), 경기(27/44), 강원(10/18), 경북(18/24), 경남(13/20) 등은 한나라당이 50%이상 절대적 다수를 차지했고, 전남(20/22)만 열린우리당+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했다. 서울(한나라당 10/25), 충북(한나라당 3 /15), 충남(한나라당 3/17), 전북(민주당 1/15) 등은 양대 정당이 기초의회를 다수 차지하긴 했으나 3분의 2 이상 의석을 싹쓸이하지는 못했다. 7회 지방선거에서 특정당이 절반이 넘는 기초의회를 차지한 광역자치단체는 광주(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 5/5), 전북(더민 13/15), 전남(더민 14/22) 밖에 없었다. 다른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서울(더민 3/25), 부산(더민 2/16) 인천(더민 3/10), 대전(더민 1/5), 강원(더민 4, 자유한국당(이하 ‘자한’) 4/18), 충북(더민 5/15), 충남(더민 5/17), 경북(자한 7/24), 경남 (자한 2/24) 등이었고 대구와 울산의 기초의회에서는 특정 정당이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한 경우가 없었다.

기초의원 85% 거대 양당 소속, 기타 정당은 겨우 5% … 민주주의 기대 못해

한편 4회부터 7회 지방선거까지 양대 정당 소속 기초의원 수는 평균 85.4%로 아예 3분의 2를 넘고 있었고, 기타 정당 소속 5.0%, 무소속 9.8%로 양대 정당 판이었음을 보여 주었다.

결론적으로 정리해 보자면 거대 양당이 의석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기초의회는 4회 146개소, 5회 85개소, 6회 109개소, 7회 87개소에 이르렀다. 최근 지방선거에서도 3분의 1 이상(34.7%) 기초의회에서 양대 정당 당원들이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당 참여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2006년) 16년이 지나도록 균형적인 지방의회 환경이 정착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완성된 국가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에서는 지역별로 특정 정당을 지나치게 선호하는 풍토가 남아있어 민주국가라고 내놓기가 민망한 형편이다. 하여 이를 개선할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민주적인 기초의회 인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대책이 필요할까.

정원의 3분의 2 넘지 않도록 한시적 규제 필요

첫째, 지역적으로 정당 선호도가 뚜렷한 현 상황에서는 기초의회 선거구별로 3인 이상을 선출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현재는 61%가 2인을 선출하는 선거구로 되어 있어 거대 양대 정당이 나누어 먹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3인 이상을 선출하도록 함으로써 다른 정당도 당선의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 기초의회 선거구와 선출인원은 광역의회가 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광역의회 역시 양대 정당이 장악하고 있으므로 국회가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여 2명을 선출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게 민주당의 안(案)이다. 또 국회 의석수에 따라 부여되는 ‘1, 2, 3’ 과 ‘가, 나, 다’ 등의 기호도 없애야 한다.(김만흠 국회 입법조사처장 주장) 무조건 1, 2번에만 찍는 지역 선호경향을 없애고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다.

둘째, 정당이 선거구 내의 출마자 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3인 선출 선거구에서 같은 정당의 후보자가 3인씩 출마할 경우 싹쓸이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한 정당에서 출마자를 선출 인원의 –1명으로 제한해야 한다. 같은 정당의 당선자가 3분의 2를 넘을 때도 다른 정당에서 차점자를 당선시켜 3분의 2를 넘지 못하도록 인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단 이같은 조치는 정당의 지지도가 평준화 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각 정당이 청소년때부터 정치교육을 시키는 것을 법률로 의무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치훈련을 받지도 않고 무조건 표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인물이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바람에 정당의 이념이나 정강정책은 무시되고 지역사회의 재력가나 사업가들이 다수 선출되어 왔다. 특히 기초의회는 생활정치이므로 더욱 정치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훈련이 쌓인 기초의원이 광역의원이나 국회의원으로 상향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국회의원에 출마하려는 사람은 지역구를 찾아가 지역위원장이나 지역정치인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앙당이 하향식으로 국회의원 후보자를 선출하고, 그 국회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아 지방의원들을 수족 부리듯 하고 개인에게 충성심을 강요하는 형태이다. 하여 지역 정치인이 지역위원장을 맡는 한편, 제대로 정치훈련을 받은 인재를 국회에 진출시키도록 정치교육을 강화하고, 유권자에게도 인센티브를 주도록 해야 한다. 정당의 정치교육을 통해 정치 구조가 선진화되어야 국회의 못된 정치행태도 사라지게 된다.

정치교육 의무화로 기초의회부터 선진정치 되도록 해야

넷째, 기초의회에서도 국가 정책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성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지급하는 국가 정책은 한 기초의회에서 조례로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이것이 국회를 거쳐 정책으로 반영되었다. 그 능력 발휘를 위해 전업 기초의원들의 제안이 국가정책에 반영되었을 때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처우를 개선해주어야 한다. 이제는 하향식 정책이 아니라 기초의회에서의 생활정치가 국가정책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김성(시사평론가)

< 스포츠한국 2022.0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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