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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47회)의 관풍(觀風) - 이젠 우리 마음 속의 ‘항아리’를 부숴버려야 할 때
작성자운영자 작성일2022/04/29 09:17 조회수: 1,156

김성(47회)의 관풍(觀風) - 이젠 우리 마음 속의 ‘항아리’를 부숴버려야 할 때

- 선진 장애인 사회로 가는 길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전후하여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갈등, 편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사회적 과제로 등장했다. 이를 통해 낮은 수준의 의식구조도 유감없이 드러났다.

장애인 이동권 찬반 갈등으로 양극화 확산
 
우선 장애인 이동권이 문제가 됐다. 장애인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약칭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제지하고 나섰지만 과거 군사정부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들을 물불 가리지 않고 후려잡던 것처럼 나약한 장애인들을 진압할 수는 없었다. 하여 지하철 운행이 지연됐다. 시민들은 불편을 참으면서도 격려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 불평하는 측도 있어 양분됐다. 급기야 국민의힘 젊은 대표인 이준석 대표까지 나서서 “지하철에서 시위하지 말라”고 비판하면서 오히려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전장연 회원들은 목표를 바꿔 인수위원회를 상대로 보장을 요구했으나 답변이 두루뭉술하자 이번에는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집 앞에까지 찾아가 확답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주변에서의 갈등도 확산됐다. 국민의힘 장애인 국회의원인 김예지 의원은 시위하는 전장연 회원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했고,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은 정부의 소극적 조치에 반발하여 삭발을 하였다. 급기야는 같은 장애인 단체들이 전장연의 실력행사를 비판하며 중단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 1950년대에 있었던 비극적인 ‘항아리 양육’

오래 전 장애인에 대한 우리들의 기억은 어두운 면이 많았다. 1950년대에는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팔이나 다리를 잃은 부상자들이 대단히 많았다. 그 장애인들은 오늘날과 같은 섬세한 의수나 의족을 착용하지 못하고 팔에 갈고리 모양을 한 의수를 착용하거나 잘린 다리를 그대로 내보이며 목발을 짚고 다녔다. 어린 필자의 눈으로 볼 때 두렵고 무서웠다. 정부의 보훈정책이 미약해서였다. 이후 선천적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의 취학이 늘어났다. 그러나 이때도 학교 안에 특수학급이 거의 없어 지체부자유자들만 주로 등교하였을 뿐 나머지 병명이 다른 장애인들은 여전히 수용시설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을 둔 가정의 피눈물 나는 사연은 헤아릴 수 없게 많다. 필자의 지인 중에는 자폐증을 가진 아들을 위해 유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오로지 사랑과 헌신으로 보살핀 부부가 있어 감동을 받았다. 이 부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자기들이 죽은 뒤 누가 아들을 보살펴 주나 하는 것이었다.

충격적인 장애인의 비극을 전해 듣기도 했다.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던 부부가 뇌성마비 아이를 낳았다. 부부는 장애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질까봐 두려웠다. 하여 커다란 항아리에 넣어 아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밤이면 방으로 데려와 잠을 재우고 아침이 되면 항아리에 넣어두고 식사도 거기서 하도록 한 뒤 출근했다. 손님이 오는 날에는 장애 아이는 어쩔 수 없이 항아리에서 잘 수밖에 없었다. 부모의 마음도 아팠다. 당시에는 사회적 편견이 심했다. ‘병신’자식을 두었다는 하나로 주변의 시선이 크게 달라졌었다. 이 부모도 장애 아이로 인해 또 다른 자식들까지 손가락질을 받을까 봐 이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아이는 일찍 죽고 말았다. 혜택을 받지 못한 상당수의 장애인 수명이 짧은 것처럼. 오늘날에는 항아리에서 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사라졌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그 ‘항아리’사례가 보여준 우리 사회의 편견과 낮은 복지수준도 모두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60% 이상이 후천적 장애를 갖는 ‘위험 시대’에 살아

의학이 발전하면 이런 문제들이 모두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교통사고나 무리한 육체활동, 나이가 들면서 장애를 갖는 후천적 장애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한 통계는 60% 이상이 후천적 장애라고 했다, 따라서 이제는 누구든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앞날은 까마득히 잊은 채 반대만 하면서 혐오 펜더믹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런 편견이야말로 오늘날의 ‘항아리’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 권리 민생 4법(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특수교육법)의 제·개정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장애인들이 시위에 나서도록 내버려 두는 소극적 태도를 반성하고 국민이 나서서 대통령이나 정부를 채찍질해야 한다.

장애인 권리 4대 법 제·개정과 ‘동행’ 법률 입법화 시급

첫째, 편의시설을 확충해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수도권에 지하철과 순환고속철도 노선을 10개 이상 둔다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확충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지방은 더 한심하다.

둘째, 차별금지법을 서둘러 통과시켜 평등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함께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다양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표가 두려워 손을 대지 못한 것은 ‘반민주적 행위’나 다름없다.

셋째, 우리사회를 이끄는 기관장이나 단체장들이 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현장활동’을 의무적으로 가짐으로써 장애인의 애로사항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시민들이 장애인을 위해 자원봉사에 나서는 반면 사회 지도층들은 무관심에 가까워 편견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과의 ‘동행’을 의무화해야 한다.

선진국이 됐다고 자랑만 하지 말고 이제는 현대판 ‘항아리’로부터 벗어나 명실상부한 복지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김성 (시사평론가)

< 스포츠한국 2022.0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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