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47회)의 관풍(觀風) - ‘나눔’과 ‘배려’에 더 많은 관심을 - 5·18과 ‘인권’
지난 3일 미얀마 난민들에게 의료지원을 해 온 미얀마 출신 의사 신시아 마웅씨(Cynthia Maung, 여)를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마웅씨는 미얀마 국경과 인접한 태국 메솟 지방에 ‘학생들의 병원’이라고 불리는 메타오 병원(Mae Tao Clinic)을 세워 군부 탄압을 피해 태국으로 피난 온 미얀마 난민들에 대한 의료지원 활동을 벌여왔다. 또 핍박받는 난민들이 각종 서비스를 받도록 다양한 기관과 유대관계를 맺는 일과 미얀마의 미래 지도자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역량 강화사업도 해왔다, 광주인권상 심사위원회는 “마웅씨와 메타오 병원은 소외된 미얀마 난민 수 천명의 삶을 사회 변혁의 주체로 탈바꿈하는 활동을 펴 온데 대해 경의를 표하며 적극적으로 응원하고자 한다”며 시상이유를 밝혔다. 마웅씨에게는 18일 상금 5만달러가 수여된다.
아시아 민주화운동의 희망 … 광주인권상
광주인권상은 2000년 동티모르 독립운동가 사나나 구스마오(대통령 역임)가 첫 수상을 한 데 이어 2001년에는 스리랑카 대법원 판사와 유엔 고등판무관을 지낸 바실 페레르난도 아시아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수상했다. 2002년에는 대한민국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가 한국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공으로 수상했다. 역대 수상자들을 보면 스리랑카 실종자기념회 대표(2003년), 인도네시아 도시빈민협의회 활동가(2005년), 아프가니스탄과 태국의 인권운동가(2명, 2006년), 인도의 국민도덕인권위원회 활동가(2007년), 파키스탄의 사법권 독립과 언론자유를 위해 투쟁해온 활동가(2008년), 버마 대학생연맹 회장(2009년), 네팔의 민주주의와 인권운동 활동가(2010년), 인도 인권단체인 시민자유연합의 부대표인 의사(2011년), 한국의 문정현 신부(2012년), 아르헨티나의 H.I.J.O.S(2013년, 망각과 침묵에 대항하며 정체성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아들과 딸들), 방글라데시에서 인권법을 제정한 변호사(2014년)와 이란 하바란의 어머니들(2014년, Mothers of Khavaran, 이란에서 약식 처형에 반대하고 정부를 상대로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정치범 어머니들의 단체),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는 파푸아민주연대 의장(2015년, 여· 변호사), 라오스 실종자 구출 서명운동(2015년 특별상), 베트남에서 국민 건강과 인권신장을 의해 활동한 인권운동가(2016년)와 말레시아버시2.0(2016년, BWRSIH,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연합), 태국의 반군부 학생운동가(2017년), 스리랑카에서 고문·실종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돕는 신부(2018년), 필리핀에서 SANDUGO(자결권을 위한 원주민 및 모로족 국민연대)출범을 주도한 활동가(2019년, 여), 인도네시아 디알리타 합창단(2019년 특별상, 1965~1966년 인도네시아 반공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피해여성과 희생자 가족이 2011년에 구성한 여성합창단), 인도네시아 학살을 조사하는 YPKP65(인도네시아 1965~1966 학살연구소)설립자(2020년), 태국 인권변호사(2021년)와 인도네시아의 다큐멘터리 영상제작단체인 워치독다큐멘터리메이커(2021년 특별상) 등 28명이 수상했다. 한국은 둘이었다.
아웅산 수치는 수상 취소, ‘압력’으로 시상식 불참자도 여럿
수상을 한 인물이나 단체들은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이들은 아시아 곳곳에서 거대권력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았던 인물들이다. 수상 과정에도 여러 사연이 있었다. 2004년에 수상했던 아웅산 수치(미얀마)는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를 방관하거나 두둔하여 국제적 비난이 일자 광주인권상이 취소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또 자기 나라 인권운동가가 수상자로 발표되자 베트남은 전략적 외교관계를, 태국은 왕실모독죄를 들먹이며 정부 차원에서 수상 취소를 요청하기도 했다. 실종 또는 구금으로 참석하지 못하는 수상자들도 있었으나 아시아지역에서의 인권운동은 이 광주인권상 덕분에 더욱 활발히 불타올랐다.
‘희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정돼 더욱 의미가 커
민주주의와 관련된 상으로는 국제적으로 노벨평화상과 앰네스티 양심대사상, 홀로코스트추모박물관의 엘리 위젤상,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 막사이사이상, 필라델피아 자유의 메달상 등 여럿이 있다. 대한민국의 광주인권상도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랜 군사독재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법적인 공권력에 의해 고문·사형 등으로 인권이 짓밟혔다. 정권을 찬탈하려는 야욕으로 국민에게 총격을 가해 수많은 희생자가 났다. 그 이후 전 국민의 지속적인 투쟁으로 민주주의를 완성(1997년 국가기념일 제정)하였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상이 제정됐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광주인권상은 재단법인 5·18기념재단에 의해 오월시민상(1991~1999년)과 윤상원상(1991~1999년)을 통합하여 2000년에 제정됐다. 재단법인 5·18기념재단은 1994년 5·18 민중항쟁을 계승하고 발전시키자는 뜻으로 광주 시민과 해외동포를 포함한 국민들이 낸 기금과 5·18 관련 구속자·부상자·유가족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보상금 등을 출연하여 설립되었다. 아직까지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아 진상규명을 위한 사업과 5·18을 왜곡하는 소수 집단들에 대한 대응 등에 힘쓰고 있지만 의미있는 기념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문학상·언론상·힌츠페터상, 미얀마 지원 등 ‘나눔’활동 다양
5·18기념재단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사업에는 5·18문학상, 신인문학상이 있다. 진실보도에 나선 언론에 수여하는 5·18언론상도 있는데 최근에는 한국기자협회와 함께 보도부문과 공로상 부문 외에 콘텐츠·영상 부문 등으로 시상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1997년에는 1980년 광주에 파견되었던 국내외 특파원들이 뒤늦게 쓴 체험집 ‘5·18 특파원 리포트’라는 단행본이 발간됐다. 이 책에 자신의 광주 취재활동을 소개했던 독일 카메라 기자 유르겐 힌츠페터 글도 있었다. 이후 그의 활동은 우리나라에서 ‘택시운전사’라는 이름의 영화로 제작돼 1천만명이 넘는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는 죽어서도 광주에 신체의 일부를 묻었다. 5·18기념재단은 그의 행적을 기려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을 제정하여 보도부문과 영상부문에 상을 주고 있다.
이들 상 외에도 선양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1997년 아시아지역 청년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시작했던 ‘국제청년캠프’가 1999년부터 재단행사로 이어가면서 아시아 각국의 민주주의 신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 ‘아시아권 실종자 찾기운동’과 ‘홍콩민주인사 석방 요구’등을 주도했고, 최근에는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비밀리 후원금을 보내는 등 정신적·물질적 힘을 보태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50년 한국전쟁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왔다. 미국으로부터 재정, 식량(미공법480호), 분유, 심지어는 연필·지우게까지 원조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 외에도 병원선 등 의료지원(5개국), 물자지원(42개국) 등도 있었다. 1970년대 군사독재시절에도 해외의 민주인권단체들로부터 보이지 않게 정신적·물질적 지원이 끊이지 않아 용기를 내어 민주화투쟁을 계속할 수 있었다.
광주인권상 수상자들이 자기나라에서 벌였던 민주화 운동들은 우리 대한민국이 1950년대부터 50년간 벌였던 민주·인권·평화 운동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여 우리가 과거 세계 각국으로 받았던 ‘지원’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와 경제면에서 선진국이 된 것처럼 우리도 끊임없이 그들을 도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회’, ‘공포가 없는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정치적·종교적 이유 때문에 정부가 지원에 나서기 어려울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무자비한 탄압을 체험한 과거를 바탕으로 설립된 5·18기념재단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을 위한 지원을 하도록 해야 한다. 5·18기념재단이 과거에는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요구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과격한 것처럼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국제사회에 ‘나눔’의 역할을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정부를 대신해 人類愛로 국제사회에 ‘빚’ 갚아야
며칠 뒤면 5·18민중항쟁 42돌 기념일이다. 우리는 이제 두 가지 과제를 생각했으면 한다. 첫째는 진상규명의 완전한 마무리이다. 둘째는 어려움에 처한 세계 인류를 구원하는 일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을 탄압받고 신음하고 있는 인류를 구원하는 데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매듭을 풀어야 한다. 우리 ‘민주주의 대한민국’도 과거에 여러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그 경험의 산물로 설립되어 ‘인류애’를 지향하고 있는 5·18기념재단에 기부하는 운동이 전개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민주시민의 자세이고, 선진국이 된 국민으로서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김성(시사 평론가)
< 스포츠한국 2022.0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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