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47회)의 관풍(觀風) - ‘고향세’ 시행만으로는 지방소멸 막기 어렵다
추석 연휴기간 동안 국민들에게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으나 소멸되어가는 지방을 목격한 귀성객들이 관심을 가졌던 것은 ‘고향세’이다. 내년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인구유출과 소멸의 위기에 처한 고향에 대해 애향심 차원에서 기부를 하여 활력을 불어넣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이다.
내년부터 시행 … 정확한 명칭은 ‘고향사랑기부금’
고향세의 정확한 명칭은 ‘고향사랑기부금’이다. 2021년 9월 28일 국회를 통과한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근거이다. 내년부터 자신의 주소지가 아닌 고향 등 다른 광역·기초 자치단체에 기부를 하면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를 받고, 30% 범위 내에서 답례품도 받을 수 있다. 법인이 아닌 개인만 기부를 할 수 있고, 기부 상한액은 1인당 연간 500만원이다.
2007년 대선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도시민이 내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으로 돌리자는 공약을 제안하면 시작됐다. 이후 여야 정당들이 각종 선거에서 ‘향토발전세’‘고향기부금’ 등 여러 이름으로 공약했다. 그러나 주민세나 기부금 등을 빼앗기게 될 수도권 자치단체들과 대도시들이 반발하면서 차일피일 미루어오다가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공약으로 14년만에 국회를 통과하게 된 것이다. 2008년부터 ‘고향납세’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일본의 경우 도입 첫 해에는 81억엔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 1,653억엔(20배)으로, 2020년에는 6,725억엔(83배)으로 늘어났다. 재정이 궁핍한 비수도권 자치단체들은 팍팍한 살림에 ‘공돈’이 들어올 것처럼 보여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지방회생에 고향세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므로 이번 기회에 비수도권 지방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는 등 다양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부 기부금으로 젊은이들의 미래 설계 기회 줘야
첫째, 고향세 기부자들이 보람을 느끼도록 지방자치단체들이 미래 지향적 사업을 발굴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고향세는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에 사용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국비사업)이나 지방의 단순한 이벤트 같은 소모성 사업에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헛돈’을 쓰게 되면 아무리 좋은 답례품을 준다고 한들 기부자들의 관심을 오래 끌지 못할 것이다.
둘째, 고향세 기부금의 30% 정도는 청년들이 열어갈 그들의 사회를 준비하는 설계비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미래의 한국 사회는 오늘날 청년들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현실적으로 사회의 주역으로 참여하지도 못하고 있다. 또 앞으로 심화될 고령화시대를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때문에 돈벌기에 급급할 뿐 이상사회를 만들어가는 계획을 세울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그들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기회를 주어 책임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마중물’은 될 수 있으나 지역활성화에는 역부족
셋째, 고향세 제도 실시에도 불구하고 비수도권 지방에 대한 재정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고향세는 지방재정에 도움이 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언정 지방소멸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다.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6년 기준 일본의 고향납세액은 전체 지방세입(39조엔)의 0.7%(2844억엔)에 불과했으므로 고향납세가 지방재정에 큰 도움을 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2할 자치, 3할 자치에서 4할 자치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지방소멸을 극복할 수 있다. 중앙정부 관리들은 현재도 4할 이상의 재정이 지방으로 배분된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조건이 붙어있는 국비는 지방이 재량껏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중앙정부의 관리들은 지방재정이 늘어날수록 그들의 권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여 divide and rule(분할통치)의 기조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그룹은 정치세력이다. 정치가 앞장서서, 국회가 앞장서서 4할 자치를 목표로 설정하고 혁신해야 한다. 국회마저 국사(國事)라며 한통속에 되면 지방희생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수도권 – 비수도권 ‘상부상조’하는 정책도 필요
넷째, 수도권 자치단체들은 비수도권의 소멸이 자신의 불행이며 국가가 망하는 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비수도권 자치단체들과 서로 협력해야 한다. 수도권 주민 편의를 위해 착수한 GTX 공사비는 비수도권에 모여지는 고향세 총액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GTX는 비수도권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도권의 주택난 해소를 위한 택지 조성비, 도로확장 예산, 교육시설 확대 예산, 문화향유 및 환경개선시설 예산들도 비수도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농산물, 물, 전기까지 비수도권으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비수도권도 수도권과 같은 수준으로 삶의 질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주민들부터 깨달아야 한다. 여러 대안 중의 하나로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도권 자치단체들이 20%도 안되는 비수도권 자치단체에 대해 차관(借款)처럼 저리(低利)로 자금을 빌려주는 ‘지방재정조정제도’ 같은 상부상조 정책을 추진해 볼 것을 권해본다.
김 성 (시사평론가)
< 2022.09.15 데일리스포츠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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