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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47회)의 관풍(觀風) -국민이 ‘화이트 카드’ 들어줄 선거법 개정 이루어질까?
작성자운영자 작성일2023/02/03 16:34 조회수: 552

김성(47회)의 관풍(觀風) -국민이 ‘화이트 카드’ 들어줄 선거법 개정 이루어질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수사를 둘러싼 여야간의 도를 넘는 말싸움이 계속되면서 국민의 짜증이 극에 달하고 있다. 도대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건지, 정당이나 정치인만을 위한 정치를 하는건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연초에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하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제도 개편과 헌법개정을 거론하면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선거개혁, ‘위성정당’출현 막고 양보와 타협해야 성공

국회의장의 계획대로라면 2월까지 전국을 돌며 공청회를 갖는 한편, 각 정당으로부터 개정안을 제출받는다는 것이다. 또 22대 총선 1년 전인 4월 10일까지는 법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 전원위원회를 열어 3월 말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마무리하고, 4월부터는 헌법개정 논의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이나 다수당이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양보와 협상으로 합의안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회의감을 갖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2020년에 21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법 개정안 과정에서도 엉뚱한 결과가 나온 바가 있기 때문이었다. 당초 구상은 지역구를 200,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하자는 것이었는데 여야의 협상과정에서 지역구는 253석으로 늘어나고 비례대표는 47석으로 줄어들었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편법에다 시한부 정당인 ‘위성정당’을 급조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이번 개편작업에서는 ‘위성정당’이 출현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에 두 거대정당이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영남과 호남을 연고로 한 거대정당이 중대선거구제를 시행하려면 불가피해지는 양보를 어느 정도 할 것인지가 관심사이다.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진행 중이거나 제시되고 있는 선거제도는 다양하다. 그동안 익숙해 있던 ‘소선거구제-병립형비례대표제’와 ‘소선거구제-권역별비례대표제’로부터 ‘중대선거구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석패율제(아깝게 떨어진 지역구 후보를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시키는 제도)’, ‘단일권역선거구제-1/2비례대표제’, ‘의원 정수 확대-연동형비례대표제(정수의 1/3)’, ‘남녀동등참여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정’, ‘직능·사회 대표성을 보장하는 비례대표제 채택’ 등 백가쟁명식 제안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치, ‘경쟁’ 사라지고 ‘진입장벽’ 세워 정치환경 악화

선거제도에 관해서는 미국도 개혁론이 제기되고 있다, 극단주의자들의 의회난입, 민주-공화당의 지나친 정쟁 등으로 정치환경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미국 정당의 위선을 파해친 책 ‘권력의 배신’ 저자인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 ‘정치적 기능장애’가 발생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정치인들이 공공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에만 집중하고 있고, 경쟁상대를 방해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만드는 일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국가나 유권자를 위한 정책보다는 ‘내가 이 법안에 찬성하면 다음 예비선거에서 다시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예비선거는 여러 이해관계자와 극단적 이념을 가진 당파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다. 일반유권자들은 신선하고 새로운 대안을 가진 초당파적 신진 정치인을 갈망하고 있지만 예비선거에서는 전체 유권자 가운데 적극적인 당파주의 유권자 20% 정도만이 투표하기 때문에 후보자는 자신의 신념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미국 하원의 당내 경선에서는 10%만 치열하게 경쟁했다. 나머지는 큰 경쟁이 없었다. 다시 말해 예비선거에서 본 선거의 우승자가 결정된 셈이다. 이 예비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적극적인 당파주의자들은 각종 이익단체나 협회를 기반으로 한 기부자들이다. 일부 특별이익집단은 의원들의 임기가 끝나면 보수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2009년부터 2015년 사이에 물러난 의회 구성원들 중 42%가 로비회사에 입사했다. 이런 행태는 민주-공화당 모두 마찬가지여서 이들의 ‘복점(複占)구조’에 따르지 않으면 정치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게 오늘날의 미국 정치라는 것이다.

마이클 포터, 死票막는 ‘순위선택투표제’를 대안으로 제시

이런 제도적 문제점을 해결하고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해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대안 중 하나가 ‘최종후보 5명을 선출하는 시스템’이다. 첫째는 여러 당이 예비선거를 한꺼번에 치러 본 선거에 출마할 5명을 선출하는 제도이고, 둘째는 ‘순위선택투표’(RCV: Ranked Choiced Voting) 방식이다. 이 두 가지 방식을 도입하면 정당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사표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순위선택투표제는 후보자가 승리하려면 득표율 50%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후보들이 50%를 넘지 못하면 꼴찌 후보의 득표수를 다득표한 다른 후보에게 보태 사표가 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몇 개 주에서 시행하고 있다. 50%의 문턱을 넘으려면 2위(또는 3, 4위) 후보자도 꼴찌의 표를 보태 당선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다른 후보자 공격에 치중하기보다는 좋은 정책을 제시해 유권자들의 눈길을 끄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양당은 지도부나 적극적 당파주의자들은 자신의 영향력이 줄어들까 봐 본격적인 도입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도 중앙당의 공천을 받거나, 특정 후보를 위해 조직된 선거구의 대의원들로부터 추천돼 영남이나 호남에서 출마하면 당선이 확실한 게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정치 지도자에게 잘 보이려 하고, 국사(國事)보다는 지역공약이나 상대방을 비난하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말로는 “다당제가 필요하다”면서 거대 양당이 미국처럼 ‘진입장벽’을 쌓고 있지 않는가도 세밀히 살펴봐야 한다.

물론 우리는 미국의 선거제도와 다르기 때문에 적용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다만 미국도 이렇게 개혁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법개정 때 ‘국회의원특권 축소·국민소환제 도입’도 함께 추진을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우리나라 선거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다음을 꼭 지켜야 한다.

첫째, 선거제도를 개혁하려는 목적이 한국 정치에서 고질적인 문제인 영호남 지역주의,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 이념·세대·계층·성별 간 갈등을 해소해 보고자 하는 데 있다. 그러려면 이해관계에 놓인 국회의원들이 양보와 타협의 정신이 발휘되어야 한다.

둘째, 가장 먼저 사표방지와 다당제를 실현하기 위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후보가 난립하여 30%대의 지지로도 당선되면서 70%의 사표가 발생하는 선거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다당제를 지향하는 제도를 제정해야 한다. 두 거대정당이 국회를 여전히 지배하게 되면 극단정치만 되풀이될 것이다. 따라서 제3당, 4당, 무소속이 국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당이 많으면 혼란을 가져온다는 거대정당의 주장은 핑계일 뿐이다. 우리 국민은 혁명, 쿠데타, 탄핵이라는 정치적 격변을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국민에게 결정을 맡겨두면 된다.

셋째, 무소불위의 국회를 재정비해야 한다. 현재는 지역구 기득권 때문에 중대선거구 개편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특권을 줄이고 국민소환제를 과감히 도입하는 조건으로 한시적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면 된다. 정치가 원활히 돌아간다면야 국회의원 몇 십명 늘어나는 것을 반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서둘러 시행은 실패 자초 … 차기에 적용하는 신중론도 필요

넷째,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혁신적인 제도를 성급하게 시행하려 하지 말자. 21대 꼴이 되지 않으려면 22대 총선에서는 위성정당방지법을 제정하고, 국회의원들이 동의하는 일부 개편안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대신 전면 중대선거구제가 포함된 혁신안을 이번 기회에 동시에 마련해 두고 23대나 24대에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4년 뒤나, 8년 뒤에나 정치나 인구면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므로 대안을 준비해 두자는 것이다. 또 이동안 헌법을 개정하면 대통령 임기 때문에 시행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여기에 맞춰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포르투갈의 축구경기에서 심판이 양 팀에 ‘화이트 카드’를 들어 관심을 모았다. 화이트 카드는 팀이 선한 일을 했을 때 내비치는 카드로 축구경기 역사상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앨로 카드와 래드 카드만 들 수밖에 없었던 우리 정치판에 이번만큼은 국민이 화이트 카드를 들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 (시사평론가)

< 데일리스포츠한국 2023.0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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