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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47회)의 관풍(觀風) - ‘신축 건물 태양광 설치 의무화 법’ 제정부터 우선해야
작성자운영자 작성일2023/03/31 10:07 조회수: 506

김성(47회)의 관풍(觀風) - ‘신축 건물 태양광 설치 의무화 법’ 제정부터 우선해야

 정부가 지난 3월 21일 구체적인 탄소중립 대책을 발표하였다.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와 화석연료 고갈 등 머지않아 닥칠 에너지난을 감안한다면 탄소중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에 부인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동안 재생에너지 정책 중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았다. 이 기회에 과거의 잘못을 정리하고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부정적 인상 남긴 태양광 정책, 획기적 변화부터 필요

국민이 쉽게 접하는 태양광 발전사업에 한정해서 보더라도 좋지 않은 이미지를 많이 남겨주었다. 은행의 이자율이 낮아지면서 농지나 임야 소유자들이 너도나도 태양광 발전에 뛰어들면서 경관파괴와 환경오염을 가져왔다. 업자들의 꼬임에 넘어가 주택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다가 성능이 낮아 피해를 보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KS인증(한국산업표준)을 받았던 태양광 제품의 약 60%가 성능이 떨어져 인증이 취소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태양광 패널이 우수하여 많이 수출된다는데 정작 국내 소비자들은 성능이 낮은 중국산 제품이 설치돼 피해를 입었다. 정부가 철저히 단속하지 않아 빚어진 일이다. 한 국회의원이 전국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기관에 설치된 24개 태양광 발전설비(가동 일수가 1년 미만은 제외)를 대상으로 경제성을 분석했다. 그런데 패널의 평균 수명은 30년인데 설치비를 회수하는 데에 평균 44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년 안에 설치비를 회수할 수 있는 공공건물은 5개에 불과했다. 공공기관 발주사업은 건설단가가 민간에 비해 상당히 높은 대신 철저한 검증을 거쳐 공사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양 이 꼴이니 민간 부분의 비효율성은 어땠을지 짐작만 해 볼 뿐이다. 설치만 독려했을 뿐, 투자대비 효과나 성능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이밖에 터무니없이 낮은 보상비, 지역사회 환원이라며 쥐꼬리만한 비용만 내놓고 생색을 내는 행위, 대기업 독식, 주민들 사이에 갈등 조장으로 공동체 사회의 붕괴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었다.

심각해져 가는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지역불균형

발전시설의 지역불균형도 심각하다. 2021년 한국전력 조사에 의하면 전국 태양광 발전량은 전남(22.5%), 전북(18.3%), 충남(13.1%), 경북(13.0%), 강원(7.6%) 순이었다. 전남·전북에서만 전체 태양광 발전량의 40.8%를 차지했는데 전력 판매량은 발전량의 72% 수준으로 낮았다. 또 2020년 통계에 따르면 전력 소비량 대비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은 제주 18.4%, 전북 15.4%, 전남 13.8%, 강원 12.6%, 경북 7.4%, 충남 4.5%, 경남 3.6%, 충북 3.3%, 광주 2.7% 순이다. 반면 광주·세종을 제외한 특별시·광역시는 모두 1% 미만이었다. 서울이 0.1%(전력소비량 4만5,788GWh)로 가장 낮고, 울산 0.2%, 대전 0.4%, 인천 0.7%, 대구 0.7%, 부산 0.7% 등이었다. 전력 소비량이 서울보다 2.7배 많은 경기도(12만4,689GWh)도 0.8%에 불과하다. 결국 수도권은 자구책 없이 비수도권 전기에 의지해 왔다는 뜻이다. 이러다 보니 경지정리를 한 농지마저 훼손되었다. 2022년 5월까지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를 목적으로 전용된 농지 면적은 1만342ha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전남·북이 전체 면적의 51.7%나 됐다.

농지뿐만 아니라 염전도 2021년까지 145개 염전 777ha에 태양광 시설이 들어섰다. 이로 인해 천일염 생산량이 28.1만톤(2016년 32.3만톤)으로 감소했고, 20kg당 가격 역시 2021년에 1만3,838원(2017년 3,180원)으로 4배 가까이 인상됐다. 농지와 염전은 미래의 자원전쟁이나 식량생산 경쟁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토지자원임에도 불구하고 무참히 파괴된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8월 서울시 주차장의 태양광 설치 잠재량을 추산한 결과, 약 318㎿ 규모의 발전이 가능한 것으로 보았다. 여기서 전력을 생산하면, 11만가구(월평균 사용량을 300kWh기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는데 방치하고 있다.

대조적인 경우도 있었다. 대구시 홍준표 시장은 한화자산운용(주)과 손을 잡고 3조원을 들여 대구지역 산업단지 모든 지붕과 노는 땅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여 1.5GW(원전 1.5개 용량) 규모 전기를 생산하기로 했다. 대상 공장만도 9,000여개에 이른다. 이는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이격거리 폐지’는 국민 무시, 거대 권력 간의 결탁 의혹

이처럼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재생에너지 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개선대책을 세우기는 커녕,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정치인들이 발전시설과 주택의 이격거리를 더 축소하는 법안을 제출하였다. 국민 간에 분란을 더 가져올 넋나간 정책이다. 이격거리 축소는 탄소중립을 핑계로 대자본과 정치가 결탁하는 최악의 조치일뿐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격거리는 지역사회 여건과 주민들의 뜻에 따라 조례로 결정할 일이지 법률이나 정치인들의 압력으로 강제할 일이 아니다. 한전의 적자를 보전해주기 위한 전기요금 인상이나 전기의 중앙집중화 현상도 개선해야 한다. 각 지방의 여건에 맞게 전기를 공급하고 소비하는 체제로 바꿔야 한다.

비수도권은 산업·문화·교육 등에서 수도권에 훨씬 뒤지면서 빠르게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 또 물·식량·인재를 수도권에 공급해 온 것으로도 부족해 전기까지 공급하는 식민지가 되어가고 있다. 소멸을 막고 균형을 유지하려면 고루 나누어 가져야 한다. 태양광 발전으로 발생한 전기에 한정해서 불균형 현상을 바로 잡으려면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

농어촌 태양광 무료 설치부터 … FTA때 ‘정부의 약속’

첫째, 신축 건축물에 대해서는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비수도권 농어촌에도 자가발전용 태양광 시설을 무료로 설치해야 한다. 국가정책을 믿고, 업자의 농간에 속아넘어가 성능이 낮은 시설을 설치한 곳도 바꿔줘야 한다. 이는 농어촌이 수도권과 대도시권에 여러 자원을 아낌없이 제공해 온 것에 대한 응분의 조치이다. 지난날 FTA를 수용하면서 정부가 “공업분야의 수출에서 발생한 이익을 농어촌에 재분배하겠다”고 했던 ‘약속의 이행’이기도 하다. 수도권과 대도시권 자치단체들도 주택의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에 보다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일본 도쿄는 2025년부터 신축건물에 태양광 설치 의무화가 시행된다. 독일·프랑스 등 우리보다 땅이 넓은 국가에서도 건축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는 마당이므로 비좁은 땅덩이를 가진 우리는 더욱 서둘러야 한다.

이익공유제 활성화로 대자본 중심 전기독점 막아야

둘째, 이익공유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전국 곳곳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반대운동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유는 국민에게는 인센티브가 없고, 대자본가들만 이익을 독식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지역사회에서부터 주민들이 투자하여 친환경적인 전기를 생산하고 이익을 나누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이렇게 했을 때 지역사회의 결속력이 강화되고 전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EU의 선진국들은 이미 이익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재생에너지 사업이 시작되자 제도적 허점을 노려 대자본가들이 파리떼처럼 달라붙어 환경파괴·이익독식을 하는 바람에 이미지를 흐려 놓았던 것이다. 이제는 제대로 나아가야 한다.

셋째, 태양이나 풍력 같은 자연의 자원은 공공재라고 할 수 있다. 이 공공재를 활용해 생긴 일정 규모 이상의 이익에 대해서는 전기의 공익투자를 위한 기금에 의무적으로 출연하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 개인의 경우는 자가발전이나 이익공유제에 따른 제한적 투자밖에 할 수 없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나 대지주는 화석연료를 수입하지 않고도 전기를 생산해 엄청난 이익을 얻게 된다. 이중 일부 이익을 공공의 목적에 활용토록 하자는 것이다.

미래는 ‘회복력 시대’ … 디지털 네트워크·수평적 경제시대에 대비해야

‘노동의 종말’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최근 발간한 ‘회복력 시대’를 통해 “20세기 자원낭비와 효율성 강조가 지구 온난화와 지구 파멸의 위기를 가져왔다”며 머지않아 ‘회복력 시대’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농어촌은 녹색 전기(태양광·풍력 등) 생산을 위한 잠재력이 크고 부동산과 간접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유리한 점이 있다. 회복력 시대에는 전 세계가 디지털 방식으로 연결하는 세방화 시대가 된다. 이에 따라 20세기 다국적 대기업 중심의 수직 통합형 경제가 미래에는 첨단기술 중소기업에 유리한 수평형 경제로 빠르게 바뀐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첨단 기업들이 전기 사정이 안정적이고 생태계가 잘 보존된 농어촌을 찾게 된다고 전망했다.

결국 농어촌 주택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무료로 설치하는 일도 머지않아 닥칠 미래에 대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과연 미래 디지털 네트워크와 수평적 경제시대에 대비하는 안목을 가지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김성 (시사평론가)

< 데일리스포츠한국 2023.0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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