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47회)의 관풍(觀風) - 수출 농수산식품에 ‘코리언 패러독스’ 옷을 입히자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우리나라 수출실적이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여 우리 경제에 적신호를 울려주고 있다. 다행히 지난 5월로 적자행진이 끝나고 6월부터는 흑자로 돌아섰다. 그런데 이는 원유(-28.6%), 가스(-0.3%), 석탄(-45.5%) 등 에너지 수입이 크게 줄어들면서 생긴 흑자이지 수출이 늘어난 것이 아니어서 섣불리 긴장을 풀 수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에 따른 자원 이동의 불안정성, 미-중 긴장관계에 따른 한-중 갈등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5개월 ‘적자수출’ 속에 농수산식품은 ‘흑자’
그런데 이런 어려운 무역환경 속에서도 예외가 있었다. 한국산 농수산식품 수출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출액은 120억 달러(약 16조원)로 2021년 113억 달러에 비해 6.1%가 증가했다. 우리의 농수산식품 수출은 2008년 38억 달러에서 2017년 92억, 2020년 99억 달러로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고, 2027년 15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은 6,837억 5,000만 달러로 반도체 1,292억, 자동차 541억, 선박 181억 달러를 각각 차지했고 농수산식품은 1.8%에 불과했다. 그러나 잘 나간다던 K-콘텐츠 130억 달러와 비교하면 10억 달러 차이밖에 나지 않을만큼 수출이 늘어났다.
상품 내용별로 분류해 보면 즉석면류(8억6,200만 달러), 김(6억5,600만 달러), 참치(6억300만 달러), 음료(5억1,300만 달러), 쌀가공식품(1억8,000만 달러) 순이었다. 농산물은 88억3000만 달러, 수산물은 31억6000만 달러였다. 또 즉석면류(이중 라면이 7억6,500만 달러) 역시 1년 전보다 12%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량도 26만톤으로 중국(46만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수출국가별로는 중국(1억9,100만 달러), 미국(1억2,000만 달러), 일본(6,800만 달러) 순이었고, 감비아, 가이아나 등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로까지 총 143개국에 수출됐다.
떡볶이, 세계화 ‘실패’했다가 11년만에 ‘대박’
1억 달러 이상 수출품목에는 들지는 못했지만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아서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농수산품도 다양했는데 그중 한 예가 전복이다. 맛과 영양이 풍부하여 ‘바다의 산삼’이라고 불리면서 국내 99.3%를 생산하는 전남의 전복은 지난해 5,400만 달러를 수출했는데, 생선회를 즐겨 먹는 일본이 이중 약 80%(4,300만달러)를 차지했다. 떡볶이도 수출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됐다가 되살아난 가공식품이다. 2009년 정부가 한식 세계화를 선포하면서 김치, 비빔밥, 막걸리, 떡볶이를 대표음식으로 선정하고 많은 예산을 투입했으나 떡볶이는 세계화에 실패했다. 그러나 11년이 지난 뒤인 2020년 즉석조리식품 수출액이 3,493만 달러로 2016년 대비 323%나 증가했다. 특히 떡볶이 수출액은 전년 대비 56.7% 늘어났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서울의 식당에서 떡볶이를 즐기는 모습이 SNS에 올랐기 때문이다. 과거 수출에 실패한 K-푸드라도 상황이 바뀌면 ‘대박’이 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이다.
이밖에 소액·소량이지만 이색 수출품으로는 원조국인 중국에 짜장면을 수출한 예를 들 수 있다. 한 기업이 ‘짜장’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면류를 120억 원어치 수출하였다. 중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에서 자리잡은 라면 역시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두 나라와는 달리 맵고 짠 맛이 세계인의 입맛을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딸기와 같은 신선식품은 비행기를 타고 수출되는 귀하신 몸이 됐다.
지방자치단체의 피나는 노력이 주효
그러나 더 높이 평가할만한 것은 지방자치단체들의 ‘피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상황은 최악이다. 중앙정부가 끊임없이 수도권에 제조업을 집중시켜 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 농수산물의 가격은 정체상태에 놓여 농어가들의 불만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하여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의 유일한 자원인 농수산물 수출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이다. 특히 기업체 상품과는 달리 ‘어머니의 손맛’을 강조하면서 매출을 늘려나가고 있다.
농수산물 수출이 가져다주는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원료를 수입하지 않고 지역 내에서 수확한 농수산물을 가지고 직접 수출하거나 가공해 수출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또 ‘한국 음식 = 건강식품’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관심을 끌 수 있다. 음식은 한 번 입에 맞으면 오랫동안 먹게 된다. 이래서 안정적으로, 장기적으로 수출을 계속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 농산물 가격 안정도 가져올 수 있다. 쌀의 경우 해마다 가격 때문에 정부와 농민 간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쌀 가공식품의 수출이 늘어나면 우리의 논에 가루쌀 재배 면적도 늘어나게 돼 효과적인 양곡관리가 가능해진다. 광역자치단체들이 지방에서 생산된 쌀에 이름을 붙여 수출에 주력하는 이유도 ‘쌀값안정’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인데 정부는 여기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원료 조달 … 경쟁력 가져
2020년대 이후 농수산식품 수출의 급속한 신장세에 힘입어 농수산업 관련 기관·단체들은 장기적으로 농수산식품 수출 목표액을 1,000억 달러까지 올려 잡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첫째, 많이 먹어도 탈나지 않고 건강에 좋아 ‘코리언 패러독스’라는 이름을 붙일만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프랑스인들이 고기와 와인을 즐겨 먹는데도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혈관계 질환 환자가 적은 이유가 무엇인가 정밀조사한 결과 붉은 와인에 들어있는 폴리페놀이 암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하여 적당한 와인이 건강을 유지한다고 하여 ‘프렌치 패러독스(프랑스의 역설)’라고 불리게 됐다. 우리 음식도 이런 것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 찾아내어 세계인이 ‘한국인의 역설’이라고 부르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음식으로는 짜고 맵지만 훌륭한 발효식품으로서 건강에 도움을 주는 ‘김치’나 장(醬)류, 효소 등을 후보로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건강+저지방 韓食, ‘프렌치 패러독스’ 처럼 발전시켜야
일본의 ‘스시’는 국제사회에서 고급 음식으로 통한다. 우리나라도 한류가 확산되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한국 음식=건강식이라는 분위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리도 스시보다 더 확실한 건강+저지방인 고급 음식을 국제사회에 내놓아야 한다. 스시는 어쩌다 한 번씩 먹는 음식이지만 코리안 패러독스는 매일 한 끼의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시킨다는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한다.
둘째, 소량 수출 농수산물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계속되어야 한다. 수출되고 있는 농수산물 가운데 아직도 소량 수출품이 많다. 수출을 하려면 국내 시장에 내다 팔 때와는 달리 디자인, 위생, 현지 문자 작성 등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농어민들은 소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중단해 버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 우물을 꾸준히 파다 보면 대박이 터질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도 대박이 날 때까지 장기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셋째, 다양한 부가상품 개발로 수출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화훼류 뿐만 아니라 과일 채소류 수출에다 시설하우스 수출과 농산물의 중계무역까지 영역을 확대하여 1천억 달러가 넘는 무역액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도 중동 등지에 스마트팜 시설계약을 맺어가고 있지만, 아프리카에 농업기술 제공까지 영역을 확대하여 보다 많은 부가이득을 내도록 해야 한다.
‘종자주권’으로 수출과 식량전쟁 대비를
넷째, 끊임없이 상품을 개발해나가야 한다. 농수산물의 경우에는 종자혁신이 대표적이다. 6억 달러 넘게 수출하고 있는 김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종자주권 확립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해풍1호’를 시작으로 종자개량을 계속해 왔다. 올해에는 다섯 번째로 김발에 씨앗 부착률이 높아 생산량도 늘어난 ‘햇바디1호’를 개발하여 20년간의 품종보호권을 획득했다. 이처럼 종자개발이나 각 지역별로 입맛에 맞는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일은 기업보다는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그리하여 신속하게 새로운 상품을 내놓도록 해야 한다.
포도 샤인머스켓처럼 종자를 수입해 재배하는 농수산품이 의외로 많다. 수출은 물론 식량전쟁에 대비하려면 이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
김 성(시사평론가)
< 데일리스포츠한국 2023.07.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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