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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47회)의 관풍(觀風) - ‘세계잼버리’의 실패 – 우리는 무엇을 반성해야 하나
작성자운영자 작성일2023/11/17 10:23 조회수: 77

김성(47회)의 관풍(觀風) - ‘세계잼버리’의 실패 – 우리는 무엇을 반성해야 하나

폭염과 태풍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초, 12일간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에 준비부실을 비판하는 화살이 집중됐다. 마지막에 대규모 K-팝 공연 장식으로 아쉬움을 달래주긴 했지만 세계 청소년들의 스카우트 정신 체험은 상당부분 진행되지 못하고 말았다.

언론은 여성가족부와 전라북도의 준비 부족을 공격했고, 정치권은 전 정권과 현 정권, 또는 전라북도와 중앙정부의 책임을 놓고 네 탓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국민과 기업은 그렇지 않았다. 영국·미국·싱가포르 등 선진국들이 야영지를 빠져나가자 국민들은 자원봉사와 홍보대사를 자청하고 나서 추락된 대한민국 국격을 만회하고자 외국 대원들에게 사과하고, 음식물 등을 선물하거나 온갖 편의제공에 앞장섰다. 정부가 저질러 놓은 잘못으로 초기에는 외신의 집중 공격을 받았으나 국민이 나서서 진솔하게 보살피자 나중에는 외신의 칭찬을 받기까지 했다.

비판 쏟아진 ‘잼버리 준비 부실’, 국민의 자발적 봉사로 칭찬받아

우리가 반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비판과는 다른 시각에서도 이번의 사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먼저 스카우트 시각에서 보자. 4만명이 넘는 외국 청소년들이 왜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한국을 찾았을까. 선진국 청소년들은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기 때문에 안전할 것으로 보고 기꺼이 찾아왔다. 영국 한 나라에서 4,300명이 참여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개발도상국 청소년들 역시 경제발전의 기적을 이룬 한국에서 배울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또 하나는 세계 청소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K-팝과 K-음식에 대한 높은 호기심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잼버리에서 폭염대책 부실부터 시작해 가장 기본이랄 수 있는 급수관리, 샤워시설, 화장실과 음식물 관리 등 위생상태 불량으로 영국부터 5일 캠핑장을 빠져나가자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증폭됐다.

스카우트 정신은 ‘심신단련’과 우정을 통한 ‘국제적 평화 지향’

‘스카우트 정신’은 청소년들이 대자연 속에서 단체생활(캠핑)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스스로 잠재력을 계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세계잼버리(WorldJamboree)는 14∼18세 스카우트 대원이 참가하는 국제적 행사이다. 1920년 제 1회 대회를 시작으로 매 4년마다 개최되어왔다. 취사 등 모든 생활을 스스로 해결하는 야영생활을 하고, 피부색·종교·언어를 초월하여 각종 개척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른다. 또 국제적 교류를 통해 우의를 다지고 형제애를 높이게 된다. 우리나라는 1991년 8월 제17회 대회를 ‘세계는 하나(Many Lands, One World)’라는 주제로 강원도 고성에서 개최했었다.

이번에도 ‘너의 꿈을 펼쳐라’(Draw your Dream)라는 주제 아래 지난 1일부터 세계잼버리 사상 가장 많은 158개국 청소년 43,232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렸다. 주최측은 전북 각 지역과 연결하여 뗏목 만들기, 클라이밍, 전통·첨단 과학 체험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벌일 계획이었다. 또 고군산군도 섬 트레킹, 부안 하섬 생존 캠프, 직소천 물놀이 등 자연 도전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그러나 준비 부족과 태풍의 내습 때문에 ‘심신 단련’의 기회나 우정을 통한 ‘국제적 교류’, 개최국의 문화 향유 등은 절반밖에 소화해 내지 못했다.

스카우트 행사 차원에서 보면 스카우트 정신을 실현하는 본래 목적을 상실했다. 세계 스카우트 참가자들이 전 예산의 30%에 가까운 300억 원의 참가비를 내고서도 당초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특별법에 ‘여가부 주도’ 확실히 명시돼 있어

이번에 가장 문제가 된 행정지원 측면에서도 처음부터 불협화음이 계속됐다. 세계잼버리를 지원하기 위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은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의 대표발의로 2018년 11월 29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재석의원 216명 가운데 210명(6명은 기권) 찬성으로 통과됐기 때문에 만장일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되기까지에는 숱한 난관이 있었다. 조직위원회 구성, 잔여재산 귀속 등에 대해 여성가족부, 한국스카우트연맹, 전라북도의 의견차가 컸기 때문이다. 결국 13차례의 긴 협의과정을 거친 끝에 한국연맹 쪽에서 신속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하고 정부안을 전격 수용함으로써 제정되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국제공항 등 각종 인프라 조성은 무산되거나 지연됐다.

잼버리특별법은 4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강조하고서도 조직위원회의 설립(5조), 자금의 차입이나 물자 도입(10조), 수익사업(13조), 공무원 파견 요청(17조) 등 중요사항은 모두 여성가족부장관의 인가나 승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또 주요 정책의 심의·조정을 위해 구성된 정부의 지원위원회(22조)도 위원장 국무총리, 부위원장은 기획재정부장관·교육부장관·여성가족부장관, 위원은 각 부의 장관 및 전라북도지사 등 행정부서의 장들이 중심이 된 30명으로 되어있다. 관련시설의 설치·이용 및 사후활용 등에 관한 계획의 수립·시행(23조) 역시 조직위원회와 전라북도지사가 여성가족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한 권한의 위임(29조) 역시 위임받은 도지사가 사무를 처리할 경우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사전에 협의하도록 하여 그 권한을 제한하고 있다. 이 특별법을 보면 여성가족부장관과 중앙정부가 세계잼버리를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 명명백백하다. 올 3월 조직위원장에 스카우트 관계자 2명을 추가하고 전북도지사를 집행위원장으로 새로 포함시켰다곤 하지만 추가 위촉된 3명의 위원장은 실권이 없는 허수아비나 다름없었다.

이제 남은 일은 2017년 개최권을 따내온 이후 1,200억원의 예산이 어떻게 지출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확인하는 감사원 감사와 총리실의 감찰, 검경의 수사, 국회의 국정조사(야당의 요구)가 진행될 것이다.

청소년 의견 외면하고 ‘꼰대’들 계획으로 강행

법적인 문제는 이렇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이 사태에서 찾아낸 실책은 무엇일까.

첫째, 미래 주역인 청소년의 의견은 외면하고, 수 십년 된 매뉴얼에만 의존하는 ‘꼰대’들의 계획이었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세계잼버리라면 책임있는 스카우트 관계자가 위원장이나 사무총장을 맡아야 했는데도 이들이 제외되었기에 실패했다. 셋째, 모든 행사의 가장 기본이랄 수 있는 화장실, 샤위장, 식수대책 등 위생상태 불량으로 외국대원들이 철수하는 후진국형 사태가 벌어졌다. 자기 자식들이 참여한다는 마음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았다. 넷째, 우리 조직위원회 간부들은 이같이 준비 안 된 실상이 SNS를 통해 언론보다 더 빨리 세계로 번져나간다는 것을 모르는 수준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섯째, 지방의 인프라는 여전히 열악하여, 수도권공화국만이 여전히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실의에 빠진 전북도민 위로하는 마음도 가져야

이번 잼버리가 개최된 전라북도는 커다란 슬픔에 잠겨있다. 지역민들이 6년에 걸쳐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가 중심이 된 조직위원회의 잘못된 운영으로 전라북도가 비판을 모두 떠안았기 때문이다. 또 이것으로도 부족하여 행사 중간에 야영지를 폐영하고 수도권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엄청난 심적·경제적 피해까지 입게 되었다.

정치와 언론이 멋대로 비판하더라도 우리 국민은 이 현상을 달리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전라북도 도민을 위로해 줄 국민도 필요한 때라고 본다.

김 성(시사평론가)

< 데일리스포츠한국 2023.0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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