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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47회)의 관풍(觀風) - 코 앞에 닥친 백세인 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 - ‘구곡순담 장수벨트 백세인 보고서’의 제안
작성자운영자 작성일2024/03/12 13:29 조회수: 213

김성(47회)의 관풍(觀風) - 코 앞에 닥친 백세인 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 - ‘구곡순담 장수벨트 백세인 보고서’의 제안

설에 드리는 세배 인사로 “복많이 받으세요”가 보통이었지만 이제는 “백세까지 건강하게 사세요”라는 인사말도 많아졌다. 그만큼 장수(長壽)의 개념이 100세로 성큼 다가선 것이다.

영국연구팀 “2030년엔 한국이 세계 최장수국”

영국의 연구팀인 에자티(Mazid Ezzati)팀은 1985년부터 2015년까지 통계를 바탕으로 선진 35개국 기대수명 변화를 예측한 결과 대한민국이 2030년에 세계 최장수국이 된다고 했다.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수명이 인류역사상 최초로 90세를 넘고, 남성도 84세를 넘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교육을 포함한 사회안전망 강화, 낮은 영아사망률 등 잘 발달된 의료제도와 기술, 그리고 불평등을 해소한 건강보험을 들었다. 또 지난 100년 동안 한국 여성의 신장이 20.2cm나 커져 세계 최고를 기록한 것도 수명연장의 배경이 됐다.

막 성인(19세)이 된 20대와 자식을 부지런히 양육해야 하는 40대는 물론, 노인(유엔이 정한 65세)이 된 60대도 어쩔 수 없이 ‘나이 든’ 미래를 맞이하게 된다. 그 미래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건강할까? 경제적으로 여유로울까? 정부는 나에게 무슨 혜택을 주게 될까? 하여 만족스럽게 삶을 마감할 수 있을까? 자못 궁금하다.

20년 간격 ‘구곡순담 장수벨트’ 조사 - ‘미래’모습 보여줘

노화연구 최고 권위자인 박상철 교수(2018년부터 전남대 연구석좌교수)와 전남대 노화과학연구소(소장 박광성 교수)는 2022년, 20여 년의 간격을 두고 같은 지역의 장수노인들을 상대로 의학적·인문학적 조사를 통해 바뀐 모습과 대비책을 제시한 ‘구곡순담 장수벨트를 중심으로 한국의 백세인 20년의 변화’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는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연구 여정(旅程)이다. 지난해 말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영문으로 출판하여 국제적 연구 공조의 장도 마련했다. 여기에는 우리 미래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백세인’이란 인간의 최대수명에 가장 근접한 100세인 사람을 말한다. 이들로부터 얻은 생애 자료는 건강하고 당당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사회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2001년 당시 전국에 10만 명당 100세 이상 인구가 20명 이상, 장수지수(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85세 이상 인구비율) 6% 이상인 지역은 전남의 구례, 곡성, 보성, 담양과 전북의 순창, 경북의 예천 등 6곳이었다. 박 교수와 연구팀은 이 중 지리적으로 인접한 구례·곡성·순창·담양을 ‘구곡순담 장수벨트’라고 이름짓고, 장수패턴 조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최초의 백살잔치, 전국회혼례잔치 등을 갖기도 했다. 그리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전남대 노화과학연구소가 다시 조사하여 비교분석 했다.

2001년 백세인은 남성 7%, 여성 93%였으나 2018년에는 남성 16.2%, 여성 83.8%였다. 가족과 동거비율은 2001년 94.5%, 독거 5.6%였으나 2018년에는 가족동거 52.8%, 독거 25%, 요양시설 거주 19.4%로 바뀌었다. 교육수준은 한글가독 백세인이 2001년 13%(2018년 27.5%)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백세인의 수면시간 역시 2001년(9시간)과 2018년(8.88시간)에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흡연은 2018년 2.8%(1명)로 2001년 13%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음주율 역시 2018년 현재 음주를 하고 있는 백세인은 6.1%에 불과해 2001년 85%보다 크게 감소했다.

백세인의 활동범위도 변화를 보였다. 방안에 머무는 경우가 37.5%(2001년)였던 것에 비해 2018년에는 21.2%, 16.3%(95세 이상)로 낮아졌다. 모임 참여 정도 조사에서는 100세 이상은 과반수가, 95세 이상은 약 40%가 ‘참여한다’고 했다. 참여하는 모임 장소는 경로당(노인당)이 절반 이상이었고, 요양원, 주간보호센터, 이웃집, 종교기관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치병장수로 건강 유지하고 있는 104세 여성 백세인

조사결과 구곡순담은 여전히 장수지수가 높고 인구 10만 명 당 백세인 수도 많아(95세 이상 포함) 장수벨트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남성 백세인의 비율이 과거보다 2배 높아졌으며, 과거에는 백세인 가운데 여성만 혼자 살고 있었는데 이제는 남성 독거노인이 새롭게 등장해 남성의 생존율과 독립적 생활능력이 커졌음을 보여주었다. 또 요양시설도 새로운 의존형태로 나타났다. 교육수준이 높아져(한글 해독능력 2배 증가) 다양한 채널에서 얻은 정보를 적용하는 능력이 향상되었다. 경제적 상황이 개선돼 농촌지역 백세인 삶에 어느 정도의 안정이 이루어졌다. 2007년 기초노령법, 2014년 기초연금법 개정으로 2018년부터 1인당 25만원 정도의 기초연금이 제공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가족부양 없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생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여기는 백세인도 생겨났다. 백세인의 생활습관이 규칙적인 수면에 음주 흡연 비율이 낮아져 건강해졌다. 또 기대보다 많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여 심리적 안정이나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생존자녀 수는 증가했으나 동거부양 비율은 현저히 낮아졌다. 미래에는 자녀 수가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 혼자 사는 백세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이 보고서는 특별히 104세가 되도록 의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아들(조정관 교수)의 다양한 의학적 보호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여성 백세인을 소개하고 있다. 적절한 치료와 시술로 장수를 누릴 수 있다는 치병장수(治病長壽)의 사례를 보여주었다.

긍정과 부정 교차하게 될 백세인 시대

한국은 내년(2025년에) 초고령사회(노인인구 20% 이상)에 진입하고 노인인구도 1,000만 명을 넘어선다. 초고령사회가 되면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게 될까. 우선 영유아용 기저귀 판매는 감소하고 노인용 기저귀 생산이 증가한다. 또 구매력을 갖춘 초고령층이 거주하는 수도권 근교도시가 형성될 수 있다. 이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저출산으로 폐교된 초등학교는 요양병원으로 변신한다. 유년시절을 보낸 초등학교에서 노년시절도 보내게 된다.

그러나 부정적인 현상도 나타난다. 고령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경제성장은 둔화된다. 정부의 세입이 감소한 반면 사회복지서비스, 의료비 등 공공지출이 늘어난다. 2019년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 86.5조 원 중 노인 진료비는 35.8조 원으로 41%를 차지했다. 이런 추세라면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유지할 수 없다. 하여 효과적인 노인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치료중심에서 예방과 건강증진으로 전환 필요

첫째, 노인진료비 상승을 억제하려면 보건의료체계를 치료중심에서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나이가 들더라도 자립적이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신체적, 사회적, 정신적 건강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특히, 신체활동이 가장 중요한 건강결정 요인이다. 따라서 신체활동을 활발히 하도록 노인들이 주로 모이는 야외공간이나 경로당, 공공TV 채널을 통해서 하루에 몇 차례씩 노인들이 따라 할 수 있는 각기 다른 율동의 건강체조를 제공해야 한다. 또 노인들을 위한 걷기대회나 달리기대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건강상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활성화해야 한다. 병원에서 기약없이 진료비를 지출하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이다.

둘째, 초고령 노인을 위한 소득보장정책으로 ‘장수수당’을 신설해야한다. 이를 통해 영아수당–아동수당-청년수당-기초연금을 거쳐 장수수당으로 마무리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소득보장책을 완성시켜야 한다. 또 백세인을 돌보는 노인자녀와 그 가족을 위해 ‘효도수당’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급해야 한다. ‘간병비’도 국가가 기준을 제시해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셋째, 초고령 노인을 위한 맞춤형 ‘장수서비스’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초고령 노인을 위한 영양, 돌봄, 여가서비스는 물론 생애사 회고를 위한 말벗서비스까지 제공해야 한다.

넷째, 초고령 노인들의 사회참여로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80대 고령자도 중요한 사회적 자원이 될 수 있다고 하여 88세에 노인돌보미로 데뷔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초고령 노인이 가능한 사회참여로는 무병장수 기원 사진 촬영 서비스, 초고령 요양보호사 활동, 백세인 식생활 서비스, 초고령 장례지도사, 초고령 호스피스 등을 들 수 있다. 또 학생들의 봉사점수처럼 ‘노인사회참여점수’를 신설하여 실적을 적립하고, 상속과 기부 등의 방식으로 환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 내용은 전남대 노화과학연구소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임)

‘고령자도 중요한 사회적 자원’ 인식전환 필요

우리가 곧 맞이하게 될 ‘백세인 사회’는 ‘저출생 사회’와 동행하게 된다. 백세인이 ‘사회의 짐’이 되지 않고 ‘원숙한 사회적 자원’이 되게 하려면 구곡순담 백세인 연구를 기반으로 끊임없는 조사연구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도시와 농촌, 노인의 세대별 조사연구 등이 뒤따라야 한다. 설을 맞으면서 여야 정치인들도 이런 생각을 해 보았을까.

김 성(시사평론가)

 < 데일리스포츠한국  2024.0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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