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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47회)의 관풍(觀風) - [22대 총선] “대파값 875원”, ‘민생경제’ 실감한 정책논쟁이었다
작성자운영자 작성일2024/04/19 13:28 조회수: 102

김성(47회)의 관풍(觀風) - [22대 총선] “대파값 875원”, ‘민생경제’ 실감한 정책논쟁이었다

지난 3월 28일부터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공식 일정에 들어가면서 크고 작은 정책공약들이 제시되고 있다. 국회의원은 국가의 정책과 예산을 결정하는 책임을 지고 있으므로 정책대결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현실적으로는 인신공격, 지역공약 치중 등으로 선거판이 흐려지기도 했지만 가능하면 정책대결이 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사소한 ‘채소값’에서 ‘정책’ 찾을 기회 가져

현재까지 정책대결 차원에서 가장 크게 부각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대파값 논쟁’이었다. 대파는 단순한 채소가 아니라 생활경제이고, 물가정책과 관련된 문제이고, 민생(民生)과 직결된 소재라고 필자는 판단했다.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주부들이야 평소 대파 가격을 잘 알고 있었겠지만 무관심했던 남성들까지 매장을 찾아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과거 대선 때는 후보자들이 교통요금을 아는지 여부를 가지고 ‘친서민’을 확인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번에는 생활경제에 접근한 주제가 나왔다는 점, ‘정책’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 뿐만 아니라 이렇게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줘 진일보하였다고 본다. 수조 원짜리 인프라 구축이나 수도권 주변부의 서울 편입으로 부자 만들어주겠다는 허상(虛像)이 낀 공약보다는 정책 스킨십 차원에서 더 현실적이었다.

정확한 내용은 이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 13일 치솟는 채소류와 과일값을 진정시키도록 관련 부처에 물가안정 대책을 지시했다. 그리고 닷새 뒤인 18일 확인행정에 나섰다. 대통령이 들린 곳은 서울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이었다. 윤 대통령이 채소 판매장을 방문해 백오이 등의 가격을 확인한 뒤 대파 한 단을 치켜들자 농협유통 대표는 “원래 가격은 1,700원 정도 해야 하는데, 저희가 875원에 했습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여기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서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운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각각 “원래는 2550원” “한창 비쌀 때는 3900원까지 했다”고 답했다. 당시 하나로마트는 한 단에 4,250원이던 대파를 정부 지원금 2,000원(납품단가 지원)에 자체 할인 1,000원과 농산물할인지원 쿠폰 375원을 더해 875원에 판매 중이었다. 그들의 말을 듣고 윤 대통령은 “저도 시장을 많이 가봐서 대파 875원이면 그냥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후 ‘윤 대통령,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보도가 나가면서 야당 공격의 표적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3일 경기도 포천에서 “대통령이 살 때는 875원이라고 해서 야당 대표가 가면 900원 정도일까 했는데 3,900원이었다”면서 “물정을 이렇게 모를 수 있느냐. 민생경제를 관심가지고 지켜봤더라면 이렇게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대통령 심기 경호할 시간이 있으면 탁상머리 행정은 그만두고 당장 시장에 나가서 직접 살펴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24일 대전에서 “윤석열 정권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대파 때문에 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난·옹호·대안제시 등 국민경제교육 기회돼

대통령실은 대통령 방문 사흘 전인 3월 15일 정부가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 자금 1,500억 원을 투입하여 가격 안정화 조치를 취했으며, 윤 대통령이 현장을 찾은 당일에 서울 창동, 수원, 고양, 성남, 청주, 울산 등 다른 지역 농협하나로마트에서도 대파 한 단을 875원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것을 근거로 대통령이 방문했다고 가격을 낮춘 것은 아니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에는 대파 한 단 가격이 7,000원이었다”고 역공했다. 국민의힘 수원정 이수정 후보는 25일 “그것은 대파 한 뿌리 가격이었다”고 말해 국민의 감정에 더 불을 지폈다.

그러자 농민단체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이 “대파 한 단 875원이면 농민 다 죽는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시민들은 기획재정부 앞에서 대파를 손에 들고 시위를 벌였다. 박지원 후보는 “대파값 모르면서 물가 잡겠다는 대통령, 대파를 뿌리로 판다고 대통령을 감싸는 못난 국민의힘 후보를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생을 모른다는 지적이 부당하다는 생각에서 잠시 이성을 잃고 실수의 말을 했던 것을 사죄한다”고 했다. 김동연 경기도 지사는 한 인터뷰에서 “단순히 대파 875원 문제가 아니라 어려워진 경제와 지난 2년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이 작은 에피소드 하나로 폭발한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비판하는 말만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일부 후보들은 “정부의 재정투입으로 농산물 값을 내리면 중간판매상만 배불린다” “유통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이득을 보도록 해야 한다”는 대안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대파값 논쟁의 여파와 정부의 안정화 자금 지원 등으로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과채류 할인판매행사에 나섰고, 대파 한 단을 875원에 팔았던 하나로마트들도 27일 끝낼 예정이었던 할인행사를 ‘소비자들이 혼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2주일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아이로니컬하게 이런 비현실적 대파값 논쟁 덕분에 국민들은 물건을 싸게 구입할 기회를 가졌고, 경제교육도 톡톡히 받게 됐다.

그러나 대파 875원 논쟁과 여기에 따른 할인행사는 일시적인 일에 불과하므로 정부는 앞으로 생산-유통-판매가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그밖에 거론됐던 인구문제 · 국회의 세종시 이전 · 교육문제 등에 대한 각 정당의 공약은 대부분 비슷비슷했다.

‘철도 지하화’는 지역불균형 심화 우려

심각한 문제는 첫째, 중후장대한 공약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고 둘째, 상당한 공약들의 실천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철도와 관련한 공약이 대표적인 예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월 31일 수원시 성균관대역 인근에서 경부선 등 지상철의 지하화 공약을 발표했다. 또 지상에는 주거·업무·상업 공간을 짓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A·B·C 연장 및 D·E·F 신설 계획도 공약했었다. 그러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다음날인 2월 1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전국 12개 노선 지하화와 수도권·대구·대전·부산·광주 도시철도 및 GTX 지하화 공약을 발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2월 4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저비용(LCC) 고속철 도입안을 공약했다. 민간 기업 참여로 서울~부산 승차료를 3만 원대로 낮추겠다는 것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철도 지하화, GTX 연장·신설에 모두 134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았다. 이 가운데 민간투자가 75조2,000억원(총 사업비의 56%)이었다. 그러나 각 정당은 사업비 조달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

눈길 끈 제3지대 정당 공약들

제 3지대 정당들의 공약 가운데 눈에 띄는 것도 적지 않았다. 새로운미래는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주치의 도입’과, 현재 9% 수준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향후 10년 동안 연차적으로 15%까지 높이고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33년 65세에서 이후 5년마다 한 살씩 높여 2048년까지 68세로 상향하자는 공약을 제시했다. 개혁신당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이공계 산업 활성화 등을 위한 ‘수포자(수학포기자) 방지법’, 군필 여성을 경찰과 소방관으로 채용하는 내용의 ‘여성 징병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옥중 출마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대표로 있는 소나무당은 ‘포털과 유튜버 권력의 규제’, ‘법대 및 사법고시 부활’, ‘검찰 특활비 폐지 및 중립의무 법제화’ 등을 제시했다. 가가국민참여신당은 현재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무총리를 국민투표로 선출하자는 공약을, 홍익당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촉법소년 제도 폐지’ 등을 제시했다. 자유통일당은 ‘군부대 내에 강의실을 지어서 4년제 학점 취득’ 공약과 향후 한국이 G2(주요 2개국)로 나아갈 것에 대비해 ‘20대~30대 선진국 여행 견학’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앞으로 남은 6일, 여전히 변수 남아있어

이제 선거는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부지원론’과 ‘운동권청산론’을, 야당은 ‘정권심판론’과 ‘정치개혁·헌법개정’을 내세워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월에는 ‘비명횡사’ 소리를 듣던 민주당의 공천파동으로 정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37%, 민주당 31%(한국갤럽 조사)로 국민의힘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테러 발언과 사퇴 등이 있은 3월 말(26~27일) 여론조사에서는 뒤바뀌었다.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 43%, 국민의힘 35%였고, 정부견제론 56%, 정부지원론 38%(코리아리서치 조사)가 됐다. 그러나 앞으로 6일간에도 변수는 남아있다. 국민의힘은 부동산을 비합법적으로 취득한 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사퇴를, 민주당은 성폭력 가해자들을 변호한 국민의힘 후보자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또 후보자의 말실수나 돌발적인 정치적 이슈가 떠 오르면 급변할 수도 있다.

22대 총선이 국민이 바랬던 것처럼 정책대결과 제3지대 정당의 약진으로 귀결될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알 것 같다.

김성(시사평론가)

< 2024. 04. 04  데일리스포츠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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