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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47회)의 관풍(觀風) - 5·18 44주년 … ‘왜곡’과 ‘유언비어’의 굴레에서 벗어나자
작성자운영자 작성일2024/07/25 14:24 조회수: 51

김성(47회)의 관풍(觀風) - 5·18 44주년 … ‘왜곡’과 ‘유언비어’의 굴레에서 벗어나자

이틀 뒤면 5·18 44주년이다. 44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치 않다. 여전히 5·18을 부정하는 흐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북한군 개입을 소재로 한 인터넷 게임까지 등장했다. 부산의 초등학생이 신고한 것은 대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런 황당한 소재가 게임에까지 보편화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북한군 개입설은 5·18의 진실을 왜곡하고, 가해자들의 논리를 정당화하는가 하면 양비론(兩非論, 계엄군과 광주시민 모두 잘못했다는 식)을 가져오므로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게임뿐만 아니라 지난 1년 동안에도 이런 주장을 부인하지 않은 인물들이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에서 공천되었다가 취소된 경우가 있었고, 이런 주장이 담긴 인쇄물을 배포한 광역의회 의장도 있었다. 또 진실을 규명해야하는 공적 위원회 위원장, 독립운동 기구와 방송사 이사직 등 요직에 비슷한 성향의 인물들이 배치되기도 했다.

8차례 진행된 5·18 진상조사, 비밀조직의 조작·왜곡으로 성과 못내

5·18에 대한 조사는 1988년부터 40여 년 동안 크게 8차례 이루어졌다.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1988년)를 통해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었으나 조사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채 끝났다. 피해자 고소로 이루어진 2차례에 걸친 서울지검 수사도 “증거를 찾을 수 없다”(1992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1994년)며 종결됐다. ‘노태우 비자금’이 폭로된 후 ‘12·12 및 5·18 특별수사본부’가 전면 재수사를 벌인 끝에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자들이 구속됐다.(1995~1996년). 1997년 대법원의 판결로 전두환은 반란·내란수괴 및 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5·18 진상규명은 여전히 미흡해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2007년)와 진실화해위원회가 활동했다.(2010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국방부 헬기사격·전투기출격대기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면서 헬기사격 사실을 확인하는 한편, 511분석반 등이 비밀리 조직돼 군 자료를 왜곡한 사실도 밝혀냈다.(2018년) 2020년 1월부터 다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가동되어 2023년 말 활동을 마치고 현재 조사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1985년부터 기록 파기 … 미국에 문서 요청하게 만들어

그러나 본격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기 전인 1985년 12대 국회의원 총선 이후부터 신군부는 정보기관, 국방부와 보안사령부를 주축으로 80위원회와 511연구위원회 등을 조직하여 군 자료의 조직적인 은폐, 기록 파기, 왜곡, 심지어는 회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조작했다. ‘헬기사격특조위’는 5·18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핵심자료인 보안사 존안자료, 특전사 상황일지, 공수부대원의 체험수기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20사단 전투상보가 사라지고, 31사단·20사단·특전사의 전투상보 등 군 자료가 체계적으로 위·변조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 진실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신군부가 자료를 훼손해 버린 바람에 결국 정확한 상황파악을 위해 부끄럽지만 미국정부에 관련문서 제공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신군부, “광주가 공산화되고 있다” 미국에 가짜정보 제공

5·18 진상조사의 핵심은 유언비어 유포, 계엄군의 집단발포와 시민 무장, 북한군 개입설, 헬기사격과 전두환회고록이었다고 본다. 여기에 조작과 왜곡의 결과물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첫번째 조작은 1980년 5월 18일부터 시작된다. 특전사령관 정호용은 오후 3시 30분 동국대에 주둔한 11공수여단 최웅 여단장을 만나 광주 출동을 명령하면서 “7공수여단이 파견된 광주에 지금 경상도 군인이 전라도 사람 씨를 말리려 한다는 유언비어가 유포되어 광주시민들이 격분하고 있으니 서울 출신 최웅 장군이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했다. (최웅 11공수여단장이 1988년 12월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에서 증언한 내용. 나의갑 지음, 『전두환의 광주폭동이라니요?』 심미안(2021), 269~270쪽) 그런데 7공수여단이 금남로 등 중심지에 투입된 것은 두 사람의 대화보다 뒤인 오후 4시였다. 7공수여단은 이날 아침 전남대 정문에서 학생들과 충돌한 이후 시내로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언비어가 유포되었을 가능성은 없었다. 지은이는 경찰 무전기로 4시에 금남로 수창초등학교 인근에 공수부대가 투입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따라서 정호용의 발언은 공수부대가 광주 시내에 투입되기도 전에 유언비어가 유통되었다는 것이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은이는 최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유언비어 생산자가 광주시민이 아니라 공작에 능한 신군부였으며, 이것이 시위군중 사이에 끼어든 편의대에 의해 확산된 것으로 보았다. 조갑제가 『유고』(1987년)에서 “광주에서와 마찬가지로 부산과 마산에서도 ‘전라도 군인이 와서 경상도 사람 다 죽인다’는 말이 일부 떠돌았다”고 기술한 것도 근거로 들었다.

비밀해제된 미국의 극비문서를 광주에 기증한 팀 셔록 기자는 “신군부가 1980년 5월 23일 ‘광주가 공산화되고 있다’는 가짜 정보를 생산해 미국 정부에 제공했다”고 폭로했다.(2018년) 그러나 5·18이 끝난 뒤 수사나 재판에서 ‘공산주의’나 ‘북한’과 관련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신군부는 유언비어뿐만 아니라 가짜정보도 생산했던 것이다.

조작된 경찰상황일지 근거로 ‘시민 무장 먼저’ 주장

5월 21일 오후 1시, 계엄군의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와 시민 무장 관계도 진상규명의 핵심과제였다. 왜곡론자들은 전남도경상황일지에 21일 오전 8시 나주 반남, 오전 9시 나주 남평지서에서 무기를 탈취당했다는 기록을 근거로 군이 자위권 차원에서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또 전두환은 회고록에서 ‘광주사태 초기에 전남경찰국장의 중대한 과실로 경찰력이 무력화되어 계엄군이 시위진압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경찰이 뒤늦게 치안본부에 보관된 당시 감찰기록을 확인해 본 결과 무기가 최초로 피탈된 시점은 계엄군의 집단발포 이후인 오후 1시 30분 나주 남평지서로 나와 있었다. 또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보고서에 인용된 ‘全南道敬狀況日誌(전남도경 상황일지)’는 타자기로 생산된 것으로 활자체가 당시 경찰이 사용하던 것과 달랐으며, 표지 제목도 ‘警’(경)자를 ‘敬’(경)자로 잘못 적은 것이었다. 경찰은 따라서 신군부가 치안본부에서 깊숙이 간직해온 감찰기록은 미처 모른 채 도경찰국 문서만 1988년 국회 5·18 청문회를 앞두고 조작했다고 보았다. 이로써 군의 집단발포가 원인이 되어 시민들이 무장하게 되었음이 밝혀졌다. (2017년 10월 12일 발표) 전두환은 회고록에서 자신은 발포를 명령하는 지휘선상에 있지 않았다며 이리저리 피해갔지만 전씨가 당시 최고 권력자로서 반란·내란 수괴로 판결을 받은만큼 발포명령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보야 할 것이다.

북한군 개입설은 지만원씨가 북한 고위인사들이 개입했다고 사진에 번호까지 표시하며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그러나 사진에 지목한 광주시민이 실제로 나타나고, 수차례에 걸친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음으로써 왜곡된 것임이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광주시에 이를 부인하는 공문을 보냈고, 미국의 문서에도 입증할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전두환은 그의 회고록에서 “헬기사격을 보았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기술하여 명예훼손으로 피소됐다. 재판부는 전일빌딩 10층 실내 기둥의 탄흔과 헬기 탄약관리자의 증언을 토대로 헬기사격이 존재했음을 인정하고 왜곡된 여러 문장의 삭제, 배상 등의 판결을 내렸다. 전일빌딩은 당시 광주에서는 가장 높은 건물이었고, 10층은 전일방송(VOC)의 부속공간으로 공중사격이 아니면 실내에 탄흔이 생길 수 없었다. TV방송국이 개국될 경우 주조정실로 활용할 목적이었는데 전일방송이 KBS에 흡수되어 오랜 시간 창고로 방치되는 바람에 탄흔 245개를 남기게 된 것이었다.

신군부 → 반란군부, 민주화운동 → 민중항쟁으로 바꿔야

5·18은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저항,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의 열망, 높은 도덕성, 공동체 정신이 담긴 항쟁이었다고 압축할 수 있다. 또 반(反)보수 항쟁이 아니라 민주사회를 만들어가는 피땀어린 과정이었다.

이제 44주년을 맞으면서 대한민국이 다짐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5·18정신을 바탕으로 가해자는 과거를 반성하고 진실규명에 협조하는 일이다. 또 국민은 권력의 탐욕에 빠진 신군부 소수 장성들에 의해 아무 내용도 모르고 광주에서 숨지거나 부상당한 장병들을 위로하고 동행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국민의힘도 “우리 모두가 광주시민”(2022년)이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5·18관(觀)에 따라 쇄신해야 한다. 2021년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지만원씨를 국회에 초청하여 북한군 개입론을 주장하는 마당을 깔아주자 5·18을 취재했었던 같은 당 서청원 의원은 “북한군 개입설에 사과해야 한다”고 했고, 대구광역시장은 광주광역시장에게 의원들의 5·18망언을 사과하는 사과문을 보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제 5·18을 폄훼하는 인사들을 당에서 축출하고, 명칭도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을 ‘광주민중항쟁기념일’로 바꿔 같은 국가기념일인 ‘부마민주항쟁기념일’과 함께 성격을 분명히 하는 작업에 앞장서야 한다. 당이 이렇게 할 때 보수적 성향의 국민들도 5·18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할 것이다.

언론은 ‘신군부’라는 단어를 대법원 판결에 따라 ‘반란군부’나 ‘내란군부’로 기록해야 하고, 1980년 5월부터 민주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저질렀던 온갖 왜곡행위를 끊임없이 반성하고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보고서 수록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위원 9명의 의견이 담긴 회의록과 실무자들이 현장조사한 내용을 ‘백서’ 형태로 남겨 나중에라도 그 진위를 가려내도록 해야 한다.

신군부가 만든 유언비어 ‘오해’ 푸는 44주년 되어야

국민들도 마음을 바꿔야 할 일이 있다. 광주시민들은 “경상도 군인이 전라도 씨를 말리러 왔다”“경상도 차량에 김대중 만세 세 번을 해야 주유를 해 주었다”는 유언비어를 아직도 기억하는 국민이 있다는 것에 가슴 아파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정권탈취를 노린 반란군부의 왜곡과 공작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따라서 이제는 오해를 풀고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북한군 개입설이나 유언비어에 근거한 양비론이 부질없는 주장이었음을 동의하는 44주년이 되었으면 한다.

김 성 (시사평론가)

< 데일리스포츠한국 2024.0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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