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47회)의 관풍(觀風) - 최저임금 1.7% 인상, 과연 ‘미래 지향적’ 결정인가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0원 오른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됐다.(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 209만6,270원) 겨우 1.7% 인상됐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시작되어 2021년 (1.5%) 이후 두 번째로 낮았다. 또 시행 37년 만에 처음으로 1만 원을 넘어서 21배가 인상됐으나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해 오히려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1988년 시급 487.5원으로 출발
최저임금제도의 역사는 1894년 영국의 식민지였던 뉴질랜드에서 해운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에 항의하여 대규모 파업을 일으키자 법으로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53년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제34·34조에 최저임금제 실시 근거를 마련했으나 운용하지 않다가 1987년 법이 제정되고 1988년부터 시행되었다. 이 해부터 적용된 최저임금은 시급 462.50원(저임금 업종)과 487.50원(고임금 업종), 월 11만1,000원이었다. 1989년부터는 단일 최저임금체제가 유지되었다. 처음 적용대상은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이었다가 1989년 10인 이상, 1999년 5인 이상, 2000년 10월 모든 사업장으로 각각 확대됐다. 이주노동자도 1995년부터 최저임금이 적용됐다.
법1조 “임금의 최저수준 보장” 못박아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기본 목적에 대해 최저임금법 제1조는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기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최저임금은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등 중앙정부의 26개 법령과 자치법규에 적용되므로 대단히 중요하다.
어찌됐든 최저임금제가 40여 년 가까이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에 정착되어가곤 있지만 경제 양극화를 줄이고, 취약계층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는 역할은 기대만큼 못하고 있다. 하여 최저임금제도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한 형편이다.
2023년 한국은 OECD 8위
최저임금위원회가 발간한 ‘2023년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제도’ 현황을 보면 최저임금이 가장 많은 곳은 스위스(26.76달러)였고, 호주(14.46달러), 영국(13.45달러), 독일(13.04달러), 프랑스(12.24달러), 이스라엘(8.41달러), 미국(7.25달러), 한국(6.99달러), 일본(6.03달러), 대만(5.41달러), 중국(3.17달러) 등이었다. ‘중위임금’(전체 근로자의 임금을 금액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소득) 대비 최저임금 비율’로 따졌을 때 한국은 60.9%로 OECD 28개국 중 8위였다.
한편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2023년에 300만 명 선이었다. OECD가 산출한 최저임금 이하 근로자 비율을 보면 2021년 우리나라가 19.8%로 멕시코(25.0%)에 이어 2위였다. 조사 대상 OECD 25개국 평균(7.4%)과 비교해 2.7배나 됐다.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0.333으로 OECD에서 11번째로 불평등이 큰 나라이다. 2025년도 최저임금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자는 301만1,000명(영향률 13.7%)으로 추정된다. 2000년에는 최저임금제 혜택을 받는 노동자 비율이 1.1%에 불과하고 최저임금액도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었으나 이제 어느 정도 향상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여전히 낮다. 따라서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최저임금제의 발전을 위해 다음 내용을 제안하고자 한다.
특고·플랫폼 종사자·고령세대부터 체제 안으로 끌어들여야
첫째,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에서 제외되어있는 노동자들을 이 체제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특고)·플랫폼 종사자와 직장 은퇴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베이비부머 고령세대들을 방치하면 경제·사회적 불안요인이 된다. 따라서 특고노동자 등에 대해 적절한 규칙을 정해 최저임금 대상자로 끌어들여야 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이하 소득자의 30%는 65세이상 고령세대이다. 따라서 고령세대도 가사노동자 등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값싸다’고 도입하려는 이주노동자들에 앞서 이들의 교육을 강화해 먼저 취업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둘째, 최저임금 인상이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 또 업종별 ‘차등’ 적용은 아예 논의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말 “출산장려책의 하나로 유학생이나 결혼이민자 등 외국인력을 도입해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최저임금 이하로 가사노동자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앞서 3월에는 한국은행이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가사·돌봄 서비스를 해줄 이주노동자를 늘리되,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더 낮게 적용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차별하는 일은 국제 협약뿐만 아니라 국내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에 위배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6월 ‘최저임금업종별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업종별 하향식 차등적용’ 제안에 대해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사실상 반대했다. 또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는 해외 주요국은 ‘하향식 차등적용’이 아니라, ‘상향식 차등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제의 가장 큰 특징은 ‘임금 하한에 대한 규제’다. 그런데 우리는 비정규직에 대해 최저임금을 적용임금의 상한선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이유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간병인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차등’을 조건으로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인권’을 차등 적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최저임금의 수준도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통계학회가 제시한 지난해 비혼 단신 노동자 월 생계비는 246만 원이었고,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 2.6%를 적용하면 2024년 생계비는 252만 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최저임금은 206만 원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는 업종에 따라서 정부가 노동자에게 지원금을 주어 최저임금을 보완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기계화로 대박난 대기업들, 일부 이익 내놓아야
셋째, 대기업이 AI, 로봇 등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면서 얻게 된 막대한 이익 일부를 최저임금제의 활성화에 투입해야 한다. 대기업의 막대한 이득은 인력을 활용하지 않으면서 생긴 것이므로 그 이득의 일부를 열악한 환경에 놓이게 된 노동인력에 활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3년 전 이익공유제가 정치이슈로 떠올랐을 때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은 목민심서 11번째 진황(眞況)편 제2조목을 예로 들며 ‘권분(勸分)운동을 다시 일으키자’고 주장했디. 권분이란 흉년이나 재해를 만나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기가 어려울 때, 부유한 사람들에게 권장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곡식이나 재물을 내놓거나 직접 나누어 주도록 하는 일이다. ‘목민심서’는 이익이 많은 부자들을 3등급으로 나누고, 최하등급에서 벼 1석을 출연하고, 1등급은 10석을, 최상등급은 1,000석을 내게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오늘날에도 대기업이 목표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면, 초과 이익의 일부를 나누어주는 제도로 적용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불로소득을 뿌리뽑는 정책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가 심화되면서 유력 자산가들의 불로소득이 증가하고 있다. 불로소득은 노동자나 기업이 생산적 활동을 하면서 산출한 가치를 땀흘리지 않고 이자, 배당, 임대료, 자본이득 등의 명목으로 가져가는 소득을 말한다. 이로 인해 생산원가가 오르고, 노동자는 임금이 묶이고, 소비자는 생계비 부담이 커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불로소득 계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여 생계형 자영업자와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넷째, 최저임금위원회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계비와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되어 있으나 세밀한 규정이 없어 노사 간의 갈등 속에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된다. 노동계는 “물가인상과 적정 소득의 보장”을, 경영계는 대기업의 횡포 등은 외면한 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붕괴우려”를 상투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위촉한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결과적으로 ‘정치적 결정’을 하게 된다. 하여 이런 의사결정구조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국회를 통해 구체적인 기준이나 최저임금결정 방식을 세밀화·고도화하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내년 최저임금 1.7% 인상 결정에 대해 우리가 아무런 성찰없이 관심도 갖지 않는다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미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 성(시사평론가)
< 데일리스포츠한국 2024.0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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